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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 M&A, 2,500억짜리 질문

성공 공식은 복제될 수 있는가?

by 생존일기

2024년 4월,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LBM)의 첫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었을 때,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끝없는 대기 줄로 상징되는 F&B 신드롬의 정점을, 다른 한쪽에서는 그저 한때의 유행에 기댄 거품일지 모를 브랜드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2,000억 원대 중반의 가치에 LBM을 인수했을 때, 결과는 명확해졌다.

출처 : https://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549


LBM은 스스로를 단순한 '맛집'이 아닌, 하나의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로 증명해 냈다. JKL파트너스는 시장에 던지는 2,500억 원짜리 질문을 던졌다. 성공 공식은 복제될 수 있을까? 이 값비싼 질문은 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그 잠재력을 현실의 숫자로 바꾸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다.


비용 구조의 재발견

JKL파트너스와 같은 투자자가 LBM의 가치를 꿰뚫어 본 지점은 화려한 베이글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던 게 아니었을까. 바로 매출원가, 광고선전비, 그리고 지급임차료.


지난 3년간 베이글 가격은 평균 44% 급등했다. 급등한 가격은 4,400원에서 4,900원 선으로 이러한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이 있다.

이러한 매출원가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차별화되지 않은 소규모 제과점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LBM과 같이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프리미엄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순풍으로 작용한다.

'빵플레이션'이라는 거시 경제적 압력은 시장의 경쟁 우위를 가르는 필터 역할을 하며, LBM의 성벽을 공고히 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준 격이다. 가격 결정력이 강한 브랜드에 불균형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일반적인 베이커리들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LBM은 프리미엄 포지셔닝과 경험적 가치를 통해 개당 고가의 베이글을 소비자로부터 정당화시킨다. 즉 , 소비자들이 전반적인 빵 가격 상승에 익숙해지면서 LBM의 고가 정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저수익 기업에게는 위협인 인플레이션이 LBM에게는 프리미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이례적인 이익률을 방어하는 전략적 우위로 전환된다.


LBM은 평균 원가율이 50%인 F&B업계에서 수직 계열화를 통해 원가율 38%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796억이라는 매출을 올리는 동안 광고선진비는 고작 11억 원이었고, 매출 대비 2.8%에 불과한 임차료 22억은 브랜드의 힘이 상권의 논리를 어떻게 역전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백미다.

이러한 체계적인 전략의 결과는 경이로웠다. 영업이익 243억 원, 영업이익률 30.5%. 이 숫자는 대부분 진입 장벽이 높은 LBM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롯되었다.



'밀도와 레이어' LBM


LBM의 운영법인은 '주식회사 엘비엠'이다. 브랜드의 시작은 2021년 9월에 오픈한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이었으며, 법인은 2022년 2월 8일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되었다.


LBM의 자본 효율성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법인 설립 이후 단 한 차례의 추가 증자 없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2,000억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브랜드 총괄 디렉터인 이효정 대표는 LBM을 비롯해 '아티스트베이커리', '카페 하이웨스트', '카페 레이어드' 등을 성공시킨 핵심적인 크리에이티브 동력이다. 그녀의 이력은 제빵이 아닌 패션과 빈티지 의류 판매 분야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LBM의 미학과 경험 중심적 접근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의 핵심 철학은 물리적 공간 안에 '밀도와 레이어'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동선, 가구의 자연스러운 마모감 등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층을 이루어 진정성 있고 몰입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개인적인 기록과 영감은 브랜드의 전체성 곳곳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통제된 희소성 전략

LBM은 안국, 도산, 잠실, 여의도, 제주, 수원 등 핵심 상권에 위치한 6개의 직영점만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가맹 사업을 전개하지 않는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의 핵심인 고품질의 고객 경험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이효정 대표의 개인 철학과 미학이 브랜드의 모든 면에 깊숙이 통합되고 있다는 점은 M&A 관점에서 중요한 '핵심 인력 리스크'를 구성한다. JKL파트너스와 같은 인수자에게 가장 큰 과제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주로부터 비롯된 이 무형의 '마법(?)'을 어떻게 규격화하고 복제하며, 지속 가능한 기업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인수 과정에서 이 대표의 지속적인 역할 보장은 거래의 핵심 조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LBM의 성공은 제품 자체가 아닌, 창업자의 예술적 감수성에서 비롯된 독특한 공간 경험에 의존한다. 이러한 '진정성'이나 '자연스러운 낡음'과 같은 가치를 표준운영절차(SOP)로 만드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JKL파트너스가 지불한 높은 가치에는 이 대표의 창의적 리더십을 확보하거나, 그의 비전을 지속 가능한 기업의 크리에이티브 프로세스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 리스크의 관리는 투자 성공의 장기적인 핵심 변수이다.


희소성과 독점성 그리고 경험

LBM의 포지셔닝은 빵집인가? 아니다. '여행지'다

핵심 상품은 베이글 자체가 아니라, '오래된 런던 골목의 빵집'에 방문하는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영어로만 된 메뉴판, 빈티지한 실내 장식,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이 담긴 포장재 등 세부적인 요소들의 치밀한 실행을 통해 구현된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공유와 확산에 최적화된,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해외여행이 제한되었던 코로나 기간 동안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LBM은 수요를 견인하기 위해 희소성의 원칙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웨이팅 지옥'으로 불리는 긴 대기 줄과 제품 소진의 가능성은 소비자에게 긴박감과 독점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베이글 구매라는 단순한 거래 행위를 MZ세대에게 특히 매력적인 '퀘스트' 또는 '도전'으로 변모시킨다. 베이글을 성공적으로 구매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퀘스트이자 공유 가능한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은 과거 '허니버터칩' 열풍 당시 공급 과잉으로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었던 사례의 함적을 의식적으로 회피한다.


2500억 거품인가?

이번 거래는 약 8배의 EV/EBITDA배수에서 성사되었다.

*EV/EBITDA= 기업가치/차감 전 영업이익


8배의 배수는 국내 F&B M&A거래의 평균 배수인 3~5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거래 사례와는 유사한 수준이다.(공차는 2019년 TA Associates에 11배인 3,500억 원에 매각되었음)


JKL파트너스가 LBM을 약 2,000억 원대 중반에 인수한 것은, 이미 검증된 수익성과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카테고리 정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의 핵심 논리는 LBM의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활용하여 일본, 홍콩 등 주요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믿음에 기반하는 것이 아닐까? 높은 인수 가격은 미래에 창출될 글로벌 수익 흐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 단기적인 초점은 경영 및 운영 시스템의 '고도화'에 맞춰질 것이다. 이는 창업주 중심의 스타트업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경영 체제를 갖춘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공급망 표준화, 견고한 재무 통제 시스템 구축, 그리고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며 해외 매장을 성공적으로 출점 및 운영하기 위한 블레이북 개발 등이 포함된다.


JKL의 숙제는 LBM이 부린 마법(?)을 규격화하고 복제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끈 진정성, 창업주 중심적인 문화를 보존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JKL파트너스의 LBM 인수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성장 자본(growth capital)' 투자로 볼 수 있다. LBM은 유기적 성정과 창업주 주도 구조만으로는 거대한 글로벌 잠재력을 실현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시점이었다. 즉 브랜드. 자산은 풍부하지만 대규모 해외 진출에 필요한 기업 인프라와 자본이 부족한 상태였다. JKL파트너스는 바로 이 두 가지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의 다음 성장 곡선을 촉발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8배의 멀티플은 이러한 변혁을 주도할 기회를 얻기 위해 지불한 대가인 샘. LBM 측이 매각설을 부인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던 점은, 이러한 외부 자본과 전문성의 필요성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25년 2월 10일 기사에서



JKL파트너스가 당면한 과제와 위험

F&B에서는 이미 확장성의 딜레마로 인한 리스크를 경험한 바 있다. 과거 모건스탠리 PE에 인수된 후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과 정체성 상실로 인해 기업가치가 1,114억에서 200억으로 폭락했던 '놀부 NBG'의 사례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희소성과 진정성이 희석되었을 때 리스크는 따라온다.


LBM특유의 '고밀도' 경험과 엄격한 품질 관리를 다른 문화와 지리적 환경에서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엄청난 운영상의 도전이다. 서울에서 '진정성'있게 느껴지는 요소가 도쿄나 런던에서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LBM의 명확하고 공식화된 목표는 브랜드를 해외 시장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며, 초기 대상 지역으로 일본과 홍콩이 언급되었었다. 'K-푸드' 열풍은 우호적인 배경을 제공하지만, 베이글이 본래 서구 음식이라는 점에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LBM의 해외 성공은 런던 테마 경험에 대한 독특한 '한국적 해석'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런던베이글의 서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이 성공적인 서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5년 현재,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기업에게 중요한 네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보이지 않는 순풍을 찾고 있는가? JKL의 가장 빛나는 지점은 모두가 위기라 말하던 '인플레이션' 뒤편에서 LBM만의 기회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 뒤에, 남들은 위협으로 간주하지만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거대한 시장의 흐름은 없는가?


둘째, 대체 불가능한 해자(垓子)를 구축하고 있는가? LBM은 제품이 아닌, 원가 구조와 브랜드 파워라는 기술만으로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견고한 성벽의 가치를 증명했다. 우리는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출혈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구조적인 경쟁 우위를 쌓아가고 있는가?


셋째, 경험과 수익을 영리하게 결합하고 있는가? LBM은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면서, 그 경험을 낮은 마케팅 비용과 임차료라는 실질적인 수익으로 전환했다. 우리의 서비스는 온라인의 편리함과 오프라인의 경험을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가? 그 경험은 재무제표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자산이 되고 있는가?


넷째, 핵심 가치를 끊임없이 재정의하고 있는가? LBM은 '베이글'이라는 낡은 개념을 '런던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적 가치로 재정의했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 가치는 지금의 시장 언어와 호흡하고 있는가? 스스로의 핵심 가치를 끊임없이 되묻고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견고했던 성벽이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허물어질 것이다.




결국 가장 위대한 혁신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그 깊은 시선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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