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

by 태섭

"형, 나 사실 방문 간호 창업 고민해 본 적 있거든. 여기 블로그 링크 한 번 봐봐. 우리랑 나이대도 비슷한데, 마인드가 진짜 대박이야."


작년, 독서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스핀오프 프로젝트로 '경자(경제적 자유) 모임'을 만든 적 있다. 혈기 왕성한 남자 간호사 4명이 모여 "어떻게 하면 병원 밖에서 새로운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토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모임 이후로 흐지부지 됐다. 각자의 아이템은 서툴렀고, 성취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금방 동력을 잃었다. 나 역시 광고 수익조차 나지 않는 건강 블로그를 2달째 붙잡고 있다가 슬며시 손을 놓아버렸다.


며칠 전 '방문 간호 창업'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잊고 있던 그때의 모임이 떠올랐다. 한참을 스크롤해 내려가 찾은 단톡방 '경자모임'에는 동생이 보냈던 링크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


1. 밤에는 요양병원, 낮에는 방문간호 '창업맨'의 기록


그의 블로그는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 생생했다. 굳이 포장하지 않은 날것이라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편의상 그를 '창업맨'이라 부르기로 했다. 대학병원 수술실 5년 경력의 창업맨은 퇴사 후 일부러 요양병원 야간 전담(나이트) 간호사로 들어갔다.


대학병원은 쉼 없이 돌아간다. 환자들은 "저 몇 시에 아플게요"라고 예약하고 오지 않으니까. 야간 근무(나이트) 때조차 휴식 시간 30분은 사치인 곳이 대학병원이다.


반면 중증도가 비교적 낮은 요양병원의 밤은 루틴 업무 뒤에 잠시나마 눈을 붙일 시간이 허락된다. 보통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도 잘 수 있다. 창업맨은 그 짧은 수면으로 보충한 체력을 낮 시간에 쏟아부었다.


그는 오전과 오후엔 방문간호 아르바이트를 뛰고, 밤에는 요양병원으로 출근하는 '투잡' 인생을 살았다. 그 와중에 방문 간호와 관련된 강의를 하고, 창업 공부까지 병행했다.


그렇게 딱 1년 뒤, 그는 요양병원도 알바도 모두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건 '방문 간호 센터'를 차렸다. 목표를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그의 모습에 압도당했다. 블로그 상단 창업맨의 프로필 사진이 유독 빛나 보였다. 아마 그가 뿜어내는 성취 때문이지 않을까. 격렬하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창업맨'이 만약 이 글을 본다면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고,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조만간 같은 길을 걸을 때, 내가 박카스라도 들고 먼저 찾아가서 인사해야겠다.


2. 블루오션을 유영하는 사람들


문득 김승호 회장의 책 [사장학개론] 속 한 구절이 스쳤다. "이왕 창업하려면 동네에서 1등, 전국에서는 손가락 안에 들 각오로 시작하라. 그런 각오조차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마라." 정승제 강사의 말도 떠올랐다. "어느 날 내가 가르쳐도 저 사람보다 잘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강사를 시작했어요.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들 있더라고요. 여러분도 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때 꼭 도전해 보세요!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미 창업에 성공한 방문 간호사들은 누구일까? 유튜브를 뒤져보니 사례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천의 창업우먼 A : 보건직 공무원을 내려놓고 창업한 그녀는 방문간호뿐만 아니라 요양, 목욕 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었다. 나중에 데이케어센터와 요양원까지 세우겠다는 그녀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형언할 수 없는 생기가 돌았다. 그렇기에 더욱 빛나 보였다.


"처음에는 창업 생각도 못했어요. 두려웠죠. 막상 해보니 할수록 재밌어요. 병원 밖에서도 이렇게 돌봄을 할 수 있는 게 매력이죠. 특히 대상자들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호자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할 때 큰 성취감이 들어요. 앞으로도 점점 확장하고 싶어요."


아마 그녀의 다음 목표도 분명 성공할 것처럼 보였다.


광주의 창업우먼 B : 간호조무사로 시작해서 잡일만 하다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멈추지 않고 다시 열심히 노력해 간호학과를 갔다. 결국 면허증을 손에 쥔 간호사가 되었다. 끝인 줄 알았지만, 시련의 시작이었다. 기대했던 병원에서는 나이가 한참 적은 선배들에게 반말을 들었다. 욕설도 태움도 당했다. 그녀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전에 성취했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한계를 깨고 센터장이 되었다. 인터뷰에서 밝힌 그녀의 월 수익은 놀라웠다.


"한 달에 3천 정도 수익이 나요. 1년에 3억이 조금 넘죠."


물론 인건비와 임대료를 제외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특히 월급에 갇혀있던 나에게 숫자가 주는 충격도 있지만, 그녀의 마지막 질문이 더 날카롭게 박혔다.


"이래도 방문 간호 창업 안 하실 거예요?"


3. 고여버린 1 급수보다 흐르는 바다로


냉정하게 보면 그들도 처음부터 대단한 조건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빅 5' 병원 출신도,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않았으니까.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건 딱 하나 '자신을 한계 짓지 않는 마인드'와 '실천력'이었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서서히 정체되고 있음을 느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후배들, 익숙해진 간호, 실수가 없기에 오히려 지루해지는 술기들.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센터라는 '1 급수'에 머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손은 빨라졌지만, 그 이상의 성장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최근에는 AI가 의학 지식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시대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제미나이, 챗지피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아니, 사실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다. AI는 책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방대한 전 세계 의학 지식들을 끊임없이 갱신한다. 지식으로는 아무리 똑똑해도 AI를 이길 수 없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어떤 마인드로 행동하는가'가 생존의 핵심이지 않을까.


나는 항상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 [역행자]를 꺼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반복해서 접하는 것은, 내 뇌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소프트웨어'를 강제로 설치하는 과정과 같다."


내 경험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일까? 신기하게 재독 할 때마다 새로운 문장들이 잡혔다. 나는 곧장 방문 간호와 창업에 관한 책 10권을 주문했다. 뇌에 이 분야의 지형도를 강제로 그려 넣기 시작했다. 책 속의 주인공이 나라고 상상하며 읽으니 가슴이 뛰었다.


얼마 전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약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병원에서 이제는 나도 손이 엄청 빠르거든? 근데 일을 빨리 끝내도, 많이 해도, 근무가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천천히 해야 손해를 덜 보는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 비슷한가 봐. 다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일을 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 심하면 서로 싸우기도 해.

"그건 맞지. 일 더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해 오빠."

"모르겠어. 적당히 하고 싶은데 오히려 지루해. 갈수록 시계만 보면서 언제 집에 갈까 생각하게돼."

"오빠 나도 그래. 월급 타면서 일하는 게 뭐 다 그렇지 뭐"

"만약 방문 간호 창업을 하면 어떨까?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내가 다 들고 갈 수 있어.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지면 내가 일을 안 해도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어. 게다가 내가 지금까지 일한 경력도 써먹을 수 있는 거야. 나뿐만 아니라 여보도 간호사니까 우리가 함께 일할 수도 있고. 너무 설레지 않아?"


박소령 창업가의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창업이란 스스로에게 꾸준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라고.


아내와 자려고 누웠다. 이불속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 옆에서는 새근새근 거리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유독 오늘따라 잠이 안 왔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일까?'


하루하루 나에 대한 기본적인 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부적인 것들만 아주 조금씩 꾸준하게 바뀌었다.


'나는 과연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박소령 작가 말처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내가는 과정이 창업이라면, 나는 이미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하고 있다. 지금도 누워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나는 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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