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급쟁이도 읽는 사장학개론

정말 사장이 되면 좋을까?

by 태섭

한인 기업 최초 글로벌 외식 그룹인 SNOWFOX GROUP의 '김승호' 회장은 3,000억대 자산가다. 그는 돈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진정한 부자가 갖춰야 할 원칙까지 폭넓게 이야기한다. 그의 메시지가 유독 힘이 있는 건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수성가를 이뤄낸 사람 특유의 '현장감' 덕분이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얻은 통찰이기에 투박하지만 가슴을 울리고, 무엇보다 알아듣기 쉽다.


'돈 버는 비밀을 이렇게 다 알려주면 너도나도 성공할 텐데, 정말 괜찮을까?'


그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100명에게 알려줘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5명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체계적인 식단과 꾸준한 운동이 필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실제로 내일부터 닭가슴살을 먹으며 헬스장으로 향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은 이치다.


스노우폭스는 현재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외식 기업 외에도 출판, 화훼,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대주주로서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을 오가며 사장들을 가르치는 '사장들의 사장' 역할도 겸하고 있다.


그의 강연을 직접 보러 가고 싶었지만 내게는 기회가 없었다. 그곳은 '사장'들만 입장할 수 있는 성역이었고, 나는 평범한 '월급쟁이'였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빨래를 개며 유튜브를 보고,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며 그의 목소리를 귀에 담았다. 흩어지는 말들이 아까워 좋았던 내용은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었다.


김승호 회장은 글도 참 잘 쓴다. 그의 책은 어려운 경제 분야인데도 몰입력이 대단하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아마도 그의 책들이 스테디셀러가 된 진짜 이유일 것이다.


[생각의 비밀]을 읽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었다. 타지인 미국에서 전 재산을 잃고 바닥을 넘어 지하까지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끈기가 멋있었다. 나 또한 실패의 순간마다 괴로웠지만, 그를 보며 '별일 아니구나,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돈의 속성]을 통해서는 학교나 가정에서도 배운 적 없는 '돈의 진짜 얼굴'을 마주했다. 돈은 버는 것만큼이나 쓰고, 유지하고,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주변에 큰 부자가 없어 막막했던 내게, 책으로나마 찐부자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나는 행운아였다. 일상에 치여 자꾸 잊어버리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쳐 뇌를 씻어내려 한다.


그리고 [사장학개론]을 만났다. 처음엔 사장도 아닌 내가 이걸 봐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열렬한 팬심이 앞섰다. 책 소개 첫 문단에는 '이 책은 현직 사장 혹은 예비 창업가를 위한 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을 보자 묘한 오기가 생겼다.


'왜? 월급쟁이가 이 책을 읽으면 문제라도 생기나?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래.'


제대로 된 책은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사장학개론]의 빈 공간에 내 생각을 적고, 다음 줄을 읽으며 다시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했다. 마치 회장님과 비밀스럽게 질의응답을 나누는 기분이었다.


그와 워낙 많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라, 언젠가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나 혼자 엄청난 내적 친밀감이 들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글을 통해 회장님과 약간의 친밀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부족한 이 글을 통해 나와도 내적 친밀감을 쌓게 되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 본다. (갑자기 다가와서 친하게 말을 걸어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을게요. 브런치 구독자라고 말씀해 주시면 정말 반갑게 인사하겠습니다! ^^)


[주의] 이 책을 직원에게 주면 퇴사 후 창업 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장학 교육에 간부 직원들을 보낸 사장 중에 지금도 같이 일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사장학개론 중에서


책을 네 번이나 보는 동안 이 문장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언제 퇴사할지, 정말 창업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책을 계속 읽어 나갈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사장학개론] 마지막 챕터에는 '이런 사람은 결국 사장이 답이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 안에는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묻는 12가지 질문이 적혀 있다. 이제부터 그 질문들에 대한 나의 솔직한 대답을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이런 사람은 결국 사장이 답이다]


Q 1. 자신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편하다

남에게 지시받은 일을 하는 것이 불편하고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내 방식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다.-by 김승호


나는 대학교 조별 과제 때 무조건 발표를 했다. 발표가 편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갔다. 발표 자료를 받으면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자료가 나에게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시 모든 걸 수정했다. 조원들은 왜 그대로 안 쓰냐고 뭐라 했지만, 그때마다 발표 잘할 테니까 믿어만 달라고 했다. 조별과제는 A+을 받았다. 결과가 좋으니 조원들의 불만은 없어졌다. 나 또한 불만이 없었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일할 수 없다. 병원 시스템이 있고, 수직적인 구조에, 업무 처리 방식도 모두 같아야 한다. 신규 때는 상관없었다. 그냥 하라는 대로 했으니까. 지금은 머리가 조금 컸나 보다. 수동적인 환경이 자꾸만 불편해진다. 나의 창의성이 환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쓰일 순 없을까 고민해도 소용없다. 다른 걸 시도하면 주변에서는 job이 늘어난다고 오히려 화낸다. 일을 더 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제발 하던 것만 하자고 말린다. 여기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다.


Q2.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하고, 도전 후에도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다.

내 결정에 책임지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by 김승호


위험은 부동산 계약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26살 첫 월세 계약 때는 부동산 사장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이사 나갈 때 집 청소비와 수선비로 100만 원 정도를 떼였다. 그때는 그저 집주인이 나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27살 전세 계약 때도 여전히 무지했다.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은 해외로 가버렸고 연락이 두절됐다. 1억 5,500만 원이라는 전세금이 공중에 분해될 위기였다. 당시 내 연봉의 3배가 넘는 돈. 눈앞이 캄캄하고 밤마다 잠을 설쳤다. 다행히 운 좋게 들어뒀던 보증보험이 나를 살렸다. 실력이 아니라 천운이었다.


집주인도 무책임하고 부동산 사장도 무책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가장 무책임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귀찮다는 핑계로 공부하지 않았고, 전문가라는 말 뒤에 숨어 내 인생의 가장 큰 결정을 방임했으니까. 남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그 '게으른 마음'이 가장 큰 리스크였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29살, 5억 3,500만 원이라는 거대한 금액 앞에서 다시 섰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좋은 주담대를 제공했다. 기회라는 건 알았지만, 평생 만져본 적 없는 액수를 보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번의 아찔한 실패는 나를 독하게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등기부 등본의 작은 글씨 하나까지 뜯어보고,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비며 임장과 대출 규정을 파고들었다. 5억이라는 돈이 주는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기꺼이 내 휴식 시간을 던졌다.


계약 후 잔금 날, 신기하게도 내 마음은 평온했다. 준비는 확실했고, 리스크도 충분히 통제되었다. 내 생애 첫 인감을 빨간 인주에 묻혀 도장을 찍었다. 그 순간을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김승호 회장님은 말했다. '사장의 자질'은 단순히 위험을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온몸으로 공부해서 '통제 가능한 범위'로 끌어오는 책임감이라고.


평생 남 탓만 하면 발전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을 통과해야만 숨겨진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그 과정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도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던 순간들을 고백하려 합니다. 김승호 회장님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한낱 평범한 월급쟁이인 저를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Q3~Q12 그 남은 이야기를 다음 회차들에서 들려드릴게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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