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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Sep 08. 2024

무례한 사람에게 100% 확률로 복수하는 법

날 무시무시할수록 난 무시무시해져

 일상에서 무례한 사람이 당신을 평가하거든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 하고 넘겨버려라. ‘그의 말이 사실일 지도 몰라’ 하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는 나를 잘 모를뿐더러 나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지도 않는다. 몇 년 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분명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 말을 곱씹는 게 억울하지 않은가? 나의 과정을 모두 아는 사람은 나뿐이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중에서



 

 난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다. 만약 성적을 계단이라 하면 1층에서 많은 친구들이 사뿐히 밟고 올라갈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이고 멋진 역할을 했다. 영화에서도 항상 멋진 역할은 고독하지 않은가? 그래서 친했던 친구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나 혼자 고향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대학생이 되고 친구 중 한 명이 오래간만에 고향에 왔다. 술 마시게 밖으로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시험 기간이라 학교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해야 했다. 대학교까지도 계단 역할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이미 너무 밟혀서 그만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의 끈질긴 연락에도 계속 거절했다. 이 정도 말했으면 뭐 알아서 놀고 가겠지. 설마 도서관까지 오겠어?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면 감성이 센치해지고 마음은 잔잔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갈 사람들은 다 가고 정말 ‘공부‘ 하는 사람들만 남는다. (그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시간의 도서관 열기는 한 여름에 저녁 8시 노을처럼 아름답고 따뜻하다.


그 열기 넘치는 도서관에는 신기한 사람들 3명이 있었다.


1. 에너지 드링크가 항상 책생에 5캔이상 쌓여있던 한국전력형


2. 6인석 책상에 혼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 여러 개를 모두 펼쳐놓고 한꺼번에 보는 일당백형



3. 평소에는 국민 첫사랑 수지 인 줄 알았는데 시험기간만 되면 수수해지다 못해 자연인이 되는 누구세요? 형.



 그런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열정에 불이 오른다. '음 나는 이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 앉아있었으니 터줏대감형 정도 하면 되려나? 하핫' 역시 공부는 함께해야 제 맛이다. 두더지처럼 올라온 나의 까칠한 수염을 만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서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뭐야 어떤 놈이 우리들의 열정을 방해하는 거지?'



“야! 김태섭 여기서 뭐 해! 저기로 나와 나가서 술이나 먹자!”


고개를 들었는데.. 익숙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니 내 친구다.

아 진짜 왔네. 그것도 개가 돼서.

(야이 미친놈아 제발 좀 다악쳐..)


한국전력, 일당백, 누구세요? 분에게 일일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친구 데리고 밖으로 데려 나왔다.

도서관 '터줏대감'은 무슨 나는 '개진상견주형'이 되었다.


 개가 된 친구를 도서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목 줄 채워 끌고 나왔다. 신나는 산책으로 알던 친구는 멈춰 선 나에게 항의라도 하듯이 짖었다.  


“야 네가 뭘 한다고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냐. 공부도 원래 잘 못했잖아. 지금부터 그렇게 해서 뭐 하려고“


이 강아지가. 날 아직도 1층 계단으로 보네. 고등학교 때 나 보다 공부를 잘했었다고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졌지만 이 강아지가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아니, 굳이 알고 싶지 않겠지.

 

“야 나도 이제 군대 갔다 와서 성적 많이 올랐어. 네가 잘 몰라서 그렇지 지금 성적 꾸준히 유지하면 서울로 취업할 수 있어”


“엥 네가 대학교도 여기서 다니는데 무슨 서울로 취업을 해. 그만하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  


 평소에도 은근히 나를 무시하더니 술이 취해서 속마음이 나왔다. 순간 화가 나서 길바닥에 유기하려고 했지만 내가 보고 싶어서 왔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내가 개를 데리고 무슨 말을 더 하겠냐' 택시를 불러서 머리를 집어넣고 집으로 보냈다. 지저분한 산책 시간이 끝나고 나는 다시 도서관에 돌아갔다. 밤새 이를 더 악물고 공부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취준생이지만

 나는 내가 원하던 서울로 취업을 했다.


 취업 후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예전에 네가 날 볼 때마다 기분 나쁘게 말해서 섭섭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미안하지만 그때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고 했다. 아.. 기억 안 나니? 나는 몇 년을 스트레스받았는데.



 살면서 누구나 무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쓰레기통을 찾다 마땅한 곳이 없어서 갖고 있던걸 당신에게 버릴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주는 쓰레기 같은 말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당사자가 기억조차 못하는걸 계속 곱씹는 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다. 길 가다가 누가 선물이라고 줬는데 그게 쓰레기라면 어떻게 할 건가? 그걸 알아차린 즉시 나라도 당장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런데 선물이라고 몇 년 동안 보관하고 곱씹어봤자 악취만 더 풍길 뿐 쓰레기는 쓰레기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있었다.

거기서 강선우 의원은 임현택 의사협회장에게 질문했다.

 기억력이 좋아서 공부 잘했던 사람도 남에게 한 이야기 모두를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좋은 말, 나쁜 말 모두 다 기억하고 있다면 머리가 아파서 평생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거다.


 숲을 거닐다가 무심코 가시넝쿨 속에 들어가게 되면 내 옷 깊숙이 가시가 박힌다. 그 가시가 박힌 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가시가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도 않겠지만, 사과할 때까지 기다려봤자 상처받는 건 나다. 화나고, 번거롭지만 옷에 박힌 걸 빼거나 너무 깊이 박혔다면 옷을 버려야 한다. 나쁜 말도 가시넝쿨과 같다. 애초에 곱씹을 필요조차 없는 말이다.



 나도 살면서 나쁜 말을 들으면 같이 욕도 하고, 쌈닭처럼 싸워보기도 했지만 잠깐 시원할 수는 있어도 큰 효과는 못 봤다. 오히려 지나고 보면 더 화가 났고,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그걸 원동력으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게 가장 좋았다. 내가 더 잘 사는 게 그 사람에게 가장 큰 복수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격 있게 가자“
 -미쉘 오바마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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