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칼망 할머니의 연금

by spielraum

지금까지 공식 출생증명서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 중(기네스북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 할머니 잔 칼망이다. 칼망은 1875년에 태어나 1997년 122세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잔 칼망! 이 할머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60년대 중반 90세였던 칼망 할머니는 부양해줄 가족이 없어 전재산인 집 한 채를 47세의 젊은 변호사에게 팔기로 했다. 계약조건은 할머니가 사망할 때까지 그 집에 거주하면서 매달 2,500프랑(약 50만 원)을 받는 것이었다. 젊은 변호사는 할머니가 100살까지 산다고 해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얼른 계약을 맺었다. 그보다 더 일찍 죽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계약이라 여겼다. 그런데 할머니는 100세를 훌쩍 넘어 122세까지 살았다. 변호사는 할머니에게 집값의 두 배가 넘는 90만 프랑(=2,500프랑*12개월*30년)을 지급해야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변호사가 할머니보다 2년 먼저 사망했다는 점이다. 결국 변호사는 살아생전 그 집을 소유해보지도 못하고 가족을 대신해 할머니를 부양한 셈이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계약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약이었을까?


잔 칼망할머니와 변호사와 계약은 현재 주택연금과 비슷하다


아마도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나름 괜찮은 계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계약과정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다. 할머니가 생각보다 오래 살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수명과 관련해서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그 이후 몇 년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할 때 ‘기대여명’이라고 표현한다. 가령 아래 표처럼 2020년 생명표에 0세 기대여명 80.5세(남), 50세 32.2세(남)라고 한다면 50세 시점의 기대여명은 상식적으로 80.5세-50세= 30.5세이어야 하지만 실제 50세 기대여명은 32.2세로 약 1.7세(32.2세-30.5세)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는 86.5세-50세=36.5세 그러나 실제로 여성 50세 기대여명은 37.7세로 편차는 1.2세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 말은 각 연령별로 기대여명의 편차 즉 서바이벌 바이어스(survival bias)가 발생하고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편차가 커 평균수명 증가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망확률도 과거와 달리 전체적으로 남녀 모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반증인 셈이다.


자료:통계청 간이생명표 (2022)


2030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수국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마지드 에자티 박사팀이 OECD 35개 가맹국의 남녀 평균수명을 예측해 세계적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기고한 논문에 의하면, 2030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약 91세로 세계 최초로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의 평균수명은 약 84세로 헝가리에 이어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잔 칼망의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만약 잔 칼망 할머니가 변호사와 종신계약을 하지 않고 90세에 집을 팔고 그 목돈으로 생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100세 이후에는 빈곤에 허덕였을 것이며, 세계 최고령자 타이틀을 얻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고령화 시대엔 죽기 전에 자산이 고갈되면 큰일이다. 특히 연금제도와 복지제도가 풍요롭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그 사람이 죽기 전에 고갈되면 생활의 급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잔 칼망 할머니처럼 죽을 때까지 자산에서 소득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놓으면 걱정 없다. 칼망 할머니는 부양가족이 없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따지지는 말자. 이것저것 따지다간 누가 오래 남느냐는 자산과 수명의 경쟁에서 내가 이기고 마는 불행에 직면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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