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획, 웹기획, 캠페인기획. 나는 무엇을 기획하는 사람인가?
5년 전 온라인광고 업계에 들어올 때에는
검색광고와 배너광고가 보편적 인식이었다.
당시 지금의 SNS처럼 바이럴마케팅 정도가
새로운 마케팅 툴로 주목받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황금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던 터라
2000년대 언젠가 에이전시의 업이 무너졌듯
2010년대 초반 온라인광고 상황도 비슷했다.
업의 붕괴란 수요 대비 공급자가 많아진 탓에
제로섬 싸움으로 치닫는 형세를 보인 것이었다.
온라인광고대행사는 발로 차고도 넘쳤다.
내가 봐도 전부 똑같았고 고객에게도 그랬다.
다행히 나의 첫 회사는 별다른 영업은 없었지만
인바운드 콜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반대로 경쟁 광고주들의 진입 포화상태로
상대적 타격을 입은 광고주들의 요구는 늘어갔다.
결과적으로 일은 많아지고 매출은 줄었다.
시장의 흐름도 그렇고 혁신이 필요해 보였다.
하나만 파서 상장한 이엠넷이 되지 못한다면
이것저것 다 엮은 펜타브리드가 더 나아보였다.
그래서 당시 첫 회사에서 사장님께 건의했다.
더 이상 지금처럼 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이제 머리로 기획을 하고 왼손으로는 제작을
오른손으로 개발을 해야될 때입니다라고.
답변은 그냥 우리가 그동안 하던 걸 잘하자였다.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로 특출나야 하는데
빼어나지도 못하면서 기존 방식만 고수하고자 했다.
더 이상 비전을 못느낀 나와 직원들은 이직을 했고
이후 5년이라는 시간동안 두 번의 대행사를 거쳐
다시 새로운 5년을 내다보는 지금..
세상은 또 다시 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의 구분이 모호해진 건 물론이고
기획자의 Role 자체도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정형화된 마케팅 툴이나 플랫폼에 메세지를 맞추기보다
캠페인의 사명과 명분으로 매체는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기획자는 다양하고 많은 매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물론이고 실행에 필요한
디자인, 음악 등 모든 영역의 종합적 사고가 필요해졌다.
직무 별로 세분화 되어있지 않은 부띠끄 수준의 그룹에서는
적어도 기획자가 모든 영역의 스케치정도는 관여해야한다.
이전까지는 단지 교환원(트랜스퍼)의 비중이 컸다면
지금은 기획자는 캠페인의 총괄이자 지휘자 역할이다.
광고기획자라는 직업의 광고라는 단어도 어색해졌다.
이제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까지해야 한다.
아이디어부터 매체, 액션플랜, 드래프트, 사후 검토까지.
또한 디자인과 개발에 전문성을 둔 이종기획자들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스타트업 등으로 진출하면서
오리지널 기획자의 입지란 정말이지 많이 좁아졌다.
이제 기획만 잘해서는 밥먹기 힘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