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해진 삶, 잃어버린 혼

스마트폰도 워크맨처럼 추억하게 될까?

by 곽팀장

'발품' 팔아야 싸게 사는 시대가 있었다.

요즘엔 발품을 팔지 않아도 싸게 산다.

되려 발품파는 것이 낭비로 여겨지는 시대다.

과거에는 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시대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용한 정보만 골라주는

소셜커머스와 큐레이팅은 매력적인 혜택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과거의 비효율적인 불편함이

가져다주는 나름의 만족감과 효용도 있었다.


그 때는 소비행위에도 나름의 혼이 있었다.

카세트 테잎 신보를 구하려고 레코드샵을 돌고

만화 신간을 찾아서 책 대여점을 돌기도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었음에도

기다림과 기대감에서 오는 만족도와 희열이 있었다.

무언가를 사고 파는 그들과도 자주 대면하면서

삶의 공통분모를 가진 먼 이웃처럼 지내고는 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소비를 할 수 있는 반면

다소 기계적이고 누군가와 대면할 일도 없다.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현관 앞에 물건이 온다.

어저면 쇼핑의 편리함, 절약된 시간과 맞바꾼 것은

몽글했던 즐거움과 인간적인 교류의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편리함을 통해 벌어진 시간을 활용해서

우리는 조금 더 여유있는 삶을 즐기고 있을까?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사실 어쩌면 더 촉박하고 각박하게 살고 있다.

절약된 시간만큼 생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될 일만 정확히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

편리해진 소비처럼 우리 삶도 왠지 팍팍해졌다.


소비와 생산이라는 삶의 단편적인 모습만 봐도

시대의 이면에 우리는 혼을 잃어버린 것 아닐까?

같은 음악이지만 오늘날의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말 그대로 흘려버리고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닌

라디오와 워크맨에서 한 구절씩 곱씹던 그 때.

불편했어서인지 모든 일에 당연한 것은 없었으며

음악을 듣는 행위 하나에도 혼이 담겨 있었다.


아날로그 코드에 열광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

어려운 현실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이러니하지만 옛날이 더 불편하고,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폰을 워크맨처럼 추억할까?

지금 이 순간 내 삶은 온전한 혼이 담겨있는 지.

어쩌면 우리는 잃어버린 혼을 찾으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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