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공구언니'의 흥행과 '임블리', 셀마켓의 명암
이 컨텐츠는 총 3회차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1.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커머스가 되어가는가?
2. 인스타 팔이? 셀마켓이 우리에게 남긴 것
3. '임블리 사태' 이후 셀마켓의 전망
5월 7일 반포 한강공원.
인스타그램 부사장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비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의 쇼핑 및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일반인에게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매개로 일상과 관심 주제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쇼핑태그' 기능이 업데이트되며, 아웃링크를 통해 구매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직접 결제까지 가능한 '인앱 결제'를 준비 중이라는 계획도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에서 비즈니스가 논의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과거에 페이스북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적이 있었죠. 페이스북도 자체 '샵' 기능을 만들었지만 그렇게 조명을 받거나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이탈하는 중이기도 했고, 이미 별도의 '브랜드 공식몰'을 통해 구매가 가능함에도 페이스북 샵이 어떤 차이와 변별력을 가지는지 유저들에게 분명한 설득에 실패한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반면 같은 SNS 서비스인데 인스타그램은 왜 페이스북과 다르게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겉보기에는 같아도 들여다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플랫폼 소비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개인 대 개인 소통으로 시작했으나 이후에는 페이지와 그룹을 기반으로 한 정보공유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이탈하면서 결국 유저 간 '소통'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목적은 바래진 반면, 인스타그램은 머리 아픈 정보성 컨텐츠들 없이 '일상'과 '관심 주제'를 공유해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SNS로서의 본질적 기능에 충실했습니다. 강아지, 옷, 여행처럼 말이죠.
따라서 이러한 관심주제가 세일즈로 연결되는 교두보에 있어서도 거부감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관계 형성을 하고 이 때 마음이 열리는 것 아니겠어요? 이웃 강아지가 좋은 거 먹으니까 나도 사주고 싶고, 이웃 언니 신상이 예뻐 보이니 나도 사고 싶죠.
인스타그램의 단순하고 명확한 플랫폼 성격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유저 그룹의 상호 유대감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우리끼리만 아는 잇템>을 소개하고 소비하기에 적합했다고 보입니다.
유저들은 왜 인플루언서에게 살까?
우리는 지난 10여 년의 시간 동안 인터넷 쇼핑몰의 붐을 지나왔습니다. 무수히 많은 쇼핑몰들이 생겨났고 흥했으며 또 몰락했습니다. 살아남은 소수는 꽤 알려진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스마트스토어 등이 경합하며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경쟁 양상이 심화되고 있죠. 수많은 제품들이 차고 넘치다보니 제품 변별력, 브랜드 파워, 가격 경쟁력과 같은 기존 요소만으로는 웬만해서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고 개인 쇼핑몰 플랫폼의 매력은 과거의 영광으로 바래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그 시간 동안 똑똑해졌습니다. 디지털이라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여러 제품들을 구매하면서 편리함도 얻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품질, 색상, 사이즈 등 여러 문제와 시행착오를 대면해야 했죠. 이제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탁월한 품질은 없다', '새롭고 매력적인 제품과 브랜드는 많다', '가격은 어떤 업체던지 비슷하게 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인스타로 진출하게 된 많은 판매자들은 제품이 아닌 '호스트'에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고객들은 TV, 광고, 홈쇼핑을 통해서 제품 구매에 영향을 받는데, 이때 제품의 객관적인 정보뿐 아니라 브랜드와 나를 이어주는 정보전달 객체(호스트)에게 구매자인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은 '가성비'로 대변되는 실용 위주의 시장으로서 태동했기 때문에 누가 판매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가심비' '나심비' 등의 신조어로 볼 때 이제 이커머스 시장이 채워주는 가치는 실용이라기보다 '개인화된 욕구'의 충족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으로 패션, 뷰티 카테고리 중심의 인스타그램의 판매자들은 '무엇을 파느냐'의 기존 판매 프레임에서 벗어나 '누가 파느냐'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나갔습니다. 기존에 쇼핑몰에서도 모델이 있긴 했으나 모델의 역할은 일종의 전시를 담당하는 '쇼룸'역할을 수행했을 뿐, 고객들은 "와~ 옷 테 참 잘 받네! 하긴, 어차피 모델이니까" 하며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델이자 CEO인 판매자들은 스스로 능동적인 셀러 역할을 수행하며 유저와 직접 일상을 공유하고, 댓글과 DM을 주고받으며 입체적인 소통을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유저들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온 인플루언서에게 상업적 거리감 대신 되려 인간적 호감과 자연스러운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연재될 후속 편에서는 '인스타 공구언니', 인플루언서의 이유 있는 흥행과 '임블리 사태'가 쏘아 올린 셀마켓의 적신호탄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핵심만 간추린 곽팀장의 생각
1.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커머스가 되어가는가?
- 샵 기능을 먼저 도입한 페이스북의 경우 지속된 유저이탈과 페북 샵만의 변별력 전달 실패
- 비슷한 관심사 기반 유저들은 상호 유대감으로 <우리끼리만 아는 잇템>을 소개하고 소비
2. 유저들은 왜 인플루언서에게 살까?
- 디지털 판매자들은 스스로 모델과 능동적 셀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유저 거리감 해소
- 유저들은 인플루언서에게 상업적 거리감 대신 되려 인간적 호감과 자연스러운 신뢰를 형성
(*이커머스의 치열한 경쟁 양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파느냐'의 시장이 무효해진 것은 아닙니다. 이후 '마약베개'로 대변되는 SNS 대란템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고객의 영역에 침투하기까지의 과정도 향후 컨텐츠를 통해 다뤄보겠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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