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지
내 삶에 페미니즘이 있어서 좋았던, 다행이었던, 고마웠던 때가 있나요?
여는 글에서 이야기했던 그 질문으로 주변인들에게 직접 설문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페미니즘이 많은 사람들에게 연대로서, 확신으로서, 용기로서, 관점으로서 힘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나요? 어떤 힘을 주고 있나요? 이곳에 적힌 많은 답변들 속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이곳에 적히지 않은 자신만의 새로운 답변을 추가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자만의 답을 석순 독자소통창구에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모든 날 모든 순간 속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길!
내 삶에 페미니즘이 있어서 좋았던, 다행이었던, 고마웠던 때가 있나요?
연대의 감정을 느낄 때
페미니즘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을 때
퀴어의 삶을 페미니즘이 함께 연대해 줄 때
내가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 가고 여성휴게실이라는 곳도 여성인권위원회도 있고 하고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고 남동생과 동등하게 대우받는 그 모든 순간들이 나보다 먼저 페미니즘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 덕분인 것을 상기할때마다!
연대의 씨앗으로서도 페미니즘의 가치를 실감해요. 내가 겪는 부당함이, 단순히 나의 문제, 나의 피해망상, 나의 예민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는 문제라는 것. 여성이 소수자임을, 우리의 세상은 아직 지나치게 기울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수많은 여성에게 동질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게 페미니즘의 순기능 중 하나라고 믿어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현재의 여성들이 연결되고 나의 투쟁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을 때. 고독한 세상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든든한 집단에 속해 내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때. 내 삶에 페미니즘이 있어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을 때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존재 가치를 외모나 연애나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수많은 기준들로 한정짓지 않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히 살아가게 됨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야야했던 모든 차별에 대해 불쾌해하고 화내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페미니즘이 고마웠습니다.
여성을 미워하기 너무 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내가 여성을 사랑하고 나아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모든 사회적 불합리와 억압,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보통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페미니즘이고 다시 말해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이니까요.
사회적 분위기에 억눌려 불편하고 불쾌한 말과 행동에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게 될 때마다, 페미니즘이 있기에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페미니즘을 알고 지지하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뒤에 숨는 나 자신을 밝히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내 삶과 머릿속에 페미니즘이 있기에 적어도 나 자신은 나를 이상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보고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을 때
딥페이크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막막하고 암담하고 암울해서 포기하고 싶어졌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여성들이 있고, 그 답을 나는 이미 페미니즘을 통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력감을 이겨냈어요
더 이상 내 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덕분에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사회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얻었을 때
은밀한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었던 첫 계기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서 늘 감사해요.
내 주변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다 여혐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빨간약 같은 느낌
페미니즘이 존재하고 내가 페미니스트이기에, 미디어매체를 소비하며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pc주의가 낡고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되는 요즘... 페미니즘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화면 속 여성들을 그저 등장인물 이상의 대표성을 가진 존재로 봤을까요? 특정 작품들을, 특정 연예인의 여성혐오적 언행을 불쾌하다고 여겼을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네이버웹툰을 소비하고 있을 수도 있죠. 페미니즘은 나의 주체적 소비를 돕는 도구이기도 해요.
석수니들은 어떨까?
김영: 미웠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게 만들어줬을 때.
백유: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의문이 들 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
솔지: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로서의 페미니즘이 참 고마워요.
처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것.
혜민: 세상이 미워죽겠을 때에도, 세상을 해석하고 믿을 수 있었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