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지는 나이 -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람을
더 '잘' 만나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사람을 '덜' 만나게 된다.
처음 그 변화를 감지했을 때는
뒷모습이 조금 쓸쓸했다.
빼곡하던 연락처는 정체되고,
시끌벅적하던 모임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굳이 애쓰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을 관계들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이것은 인맥의 축소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내면의 기준'이
견고해진 결과라는 것을.
47년간 군과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대관 업무의 현장을
누비며 참으로 많은 얼굴을
마주했다.
그 굴곡진 현장에서 내가 배운
것은 화려한 인맥 관리 기술이
아니라, 멀리해야 할 인간 군상
群像에 대한 직관이었다.
내가 곁을 내주지 않기로 한
사람들.인생의 후반전에서 내가
관계의 문을 닫게 되는 이들은
명확했다.
1. 자신밖에 모르는 지독한 이기심
베풂이 곱절의 은혜로 돌아오는
이치를 모른 채,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된 이들이다.
성인의 이기심은 주변을 말라
죽게 하며, 결국 본인 또한 처절한
고립이라는 형벌을 받게 된다.
2. 득실로만 움직이는 계산기
아쉬울 땐 간이라도 빼줄 듯
아양을 떨다가도, 목적을 달성
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본인만 영악靈惡하다 믿겠지만,
타인은 이미 그 계산기를 읽고
마음을 닫는다.
3. 실체 없는 허풍과 위선
내실이 없으니 과대포장으로
연명한다.
특히 상하관계에 따라 안면을 몰수
하는이들의 가식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않는 상처를 남기곤 한다.
4. 지위를 권력으로 착각하는 오만
현역시절, 헬스장에서 남의
운동화를 밀쳐내고 제 자리를
차지하던 어느 장군의 뒷모습
처럼,
직급을 인격의 높이로 착각하며
하대下待하는 이는 결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5. 착한 척 연기하는 위선僞善
상하관계에서 떡고물을 얻기
위해 간과 쓸개를 내줄 듯 굴다
가도, 상황이 바뀌면 안면몰수
하는 이들의 얼굴은 시간이
흘러도 선명한 상처로 남는다.
사람이 무서워졌던 결정적 순간들
내 기준으로 판단한 사연들이다.
현역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며 '형님 아우' 했던
한 업자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은퇴의 문을 넘자마자
그는 돌변했다. 자신의 개인적인
송사로 어려움에 처하자,
예전에 함께했던 몇 번의 식사와
운동 시간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
입금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온
것이다.
도움으로 부富를 일군 과거는
지우고, 오직 잔돈 몇 푼의 본전
생각에 매몰된 그를 보며 사람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사건이다.
직접 입사시킨 군 후배의 경우도
그랬다. 입사와 동시에 업무의
본질보다 법카 사용법에만 혈안이
된 그를 꾸짖자,
그는 술에 취한 날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선의善意를
되갚았다. 정말 몰지각한
군상도 만났다.
가면이 벗겨진 '꾼'들의 민낯을
마주할 때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결국, 누구와 함께 걷느냐의 문제다.
'물 열 길 속은 알아도 사람 한 길
속은 모른다'는 말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리다.
그러나 48년의 현역 생활을 이어
오면서 내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용서가 고귀한 가치일지라도,
내 삶을 파괴하는 관계까지
용서하며 품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나를 갉아먹는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비정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지혜다.
사람을 함부로 믿지도 안돼, 무턱
대고 의심하지도 않으며, 오직
시간을 두고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나고 보니 사람의 성품은 결국
속일수 없는 표정과 얼굴에
고스란히 쓰여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을 '덜' 만나게 된 것은 손해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답게 타오를
'어게인 청춘'을 위한 축복이자
성장의 기회였다는 것을.
껍데기뿐인 관계에 쏟던 에너지를
이제는 내 삶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데, 그리고 진정 소중한
이들과의 깊은 유대에 온전히 집중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생은 결국,
누구와 함께 걷느냐의 문제다.
나는 오늘도 내 곁을 지켜주는
진실한 동행자들과 함께,
한결 가벼워지고 단단해진 발걸음
으로 이 '어게인 청춘'의 길을
힘차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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