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앞에서의 인간 -
그랜드캐년은 흔히 말하는
‘웅장한 풍경’이 아니다.
그곳은 인간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다.
인간의 시간은 고작 수십 년,
국가의 시간도 길어야 수백 년.
그러나 그랜드캐년의 시간은
수천만 년을 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침묵의 시간이다.
그 앞에 서면
나는 왜 이토록 겸손해지는가?
자연이 살아 숨 쉬며
20억 년의 지층이 켜켜이 드러난
거대한 야외 미술관, 그랜드캐년!
이태리 돌로미테 산맥의
바위들이 하늘을 찌르듯 치솟아
오른 장관이라면,
그랜드캐년은 그와 정반대다.
위로가 아니라 아래로,
솟음이 아니라 깎임으로
완성된 풍경.
협곡 사이를 비행하는 관광
헬기가 하나의 점처럼 보일
정도이니 그 규모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겠다.
20억 년이 겹겹이 쌓인 시간
앞에서 고작 백 년 남짓한 인생을
논하는 인간은 먼지 한 톨보다도
작은 존재가 된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 년도 채 살지 못할 인간이
천 년을 살 것처럼 모든 것을 움켜
쥐고 살아가려는 우리의 마음.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홀씨처럼 가볍게,
바람에 실려도 괜찮을 만큼만
붙잡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남은 시간만큼은 자연을 벗 삼아
좋은 생각 속에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떠올랐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알프스의 계곡들을 하나하나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국내의 100대 명산도 천천히
마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따라왔다.
웅장하고 거대한 풍광을
가슴 깊이 담은 채 돌아오는 길,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이 빚어낸
그랜드캐년 앞에서의 단상을
이렇게 남겨본다.
자연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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