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베이비부머 필살기

차마 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자화상 (1)

by 늘푸른 노병


베이비부머들의 디지털 생존기를 총 20화에 걸쳐 연재하려 한다. 오직 내가 직접 몸으로 겪은 것들만 기록할 것이며, 투박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상투를 틀고 짚신을 신고 다니던 할아버지 세대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나아졌을까?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이 아버지들의 대표 신발이었던 참으로 가난했던 대한민국.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사실 불과 얼마 전의 풍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압축 성장을 일궈낸 나라, 그 화려한 발전의 뒤안길에는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녹색 깃발에 노란 잎 세 개가 그려진 ‘새마을운동’의 기치 아래, 거대한 시대의 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 의미를 다 이해하기도 전이었다.


오솔길이 차도로 넓어지고 초가집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며, 호롱불 대신 전기가 들어오던 격동의 시기였다. 조금 살만한 집에 들여놓은 TV 한 대가 마을의 놀이터이자 공공의 광장이 되던 때를 기억한다.


검정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오로지 불타는 애국심 하나로 대한민국을 묵묵히 지어 올린 우리는 국가의 역군들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팠고 배움 또한 넉넉지 못했다. 그 갈증 속에서 우리의 삼촌과 형님들은 월남 파병으로, 독일 광부로, 태백 탄광으로 향했다.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중공업 단지로, 그리고 영등포 가발, 봉제공장으로 흩어졌다. 이역만리 전선에서, 뜨거운 사막에서, 숨 막히는 탄광 막장에서, 공돌이와 공순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절박했던 시절의 전사들. 이들이 바로 일천만 베이비부머들이다. 우리는 그렇게 뜨겁고 치열한 세월을 온몸으로 통과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 어느덧 컴퓨터 시대가 도래했다. 체계적인 교육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A 드라이브의 자료를 B 드라이브로 옮기려 쩔쩔매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이제는 슬리퍼를 끌고 이웃 드나들듯 외국을 드나드는 좋은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외롭게 떠밀려 서 있다.


디지털은 낯설고 어학은 부족하니 마음만 홀로 해외여행 중이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자녀 세대 앞에서 때로는 말문이 막힌 채 뒤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 연재는 그렇게 고단했던 우리 세대를 위해 시작되었다. 대단한 해법도 거창한 지식도 없다. 다만 동년배들에게 미력하나마 내 경험치로 힘을 보태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그걸 왜 배워?"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 나이이기 때문에 더 배워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늘 현장에 있었다. 그런 우리가 지금 앱(App) 하나, 인증번호 하나, 키오스크 하나 앞에서 ‘입구 컷’을 당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 연재는 단순한 기술 설명서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에 관한 기록이다.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현역으로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생존기로 표현하고 싶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차마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못 한 채 여기까지 묵묵히 걸어온 나의 동년배들에게 보잘것없는 기록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이 시대의 문턱이니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새겨주길 바란다.




[이어지는 첫 연재 안내]

베이비부머 필살기 (2) - 앱(App)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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