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필살기 (12) - 기술의 풍요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
사람들은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편해졌다고 말한다.
손가락 하나로 장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면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돈을 보내고, 관공서 일도 휴대전화 안에서 끝난다.
기술은 넘쳐나고 속도는 눈부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편리함이 커질수록 마음 한편의 불편함도 함께 자란다.
밖으로 나서면 모든 것이 매끈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매끈한 표면 어디에도 잠시 머물 여백은 많지 않다.
앱(App)이 없으면 주문조차 어려운 세상에서 나는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적응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함께 늘어났다.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보며 살던 세대다.
버스표 한 장에도 사람이 있었고, 시장통의 흥정에는 웃음이 오갔다.
그 불편한 과정이 사실은 관계의 숨결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설 연휴에 가족들과 나들이 이야기를 하다 "국중박이 요즘 핫하다"는 말을 들었다.
'국중박'이 어디냐"라고 묻는 순간 나는 한 박자 늦은 사람이 된다.
'신백, 점메추, 킹 받네, 억텐, 별다줄, 내돈내산, 인친, 맞팔 …'
짧아진 말들 사이에서 나는 가끔 낡은 지도를 들고 서 있는 사람 같다.
편리함이 곧 행복은 아니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분주해졌다.
이 불편함은 기술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질까 하는 걱정에 가깝다.
그래서 도망치지는 않겠다. 기술을 거부하기보다 내 삶의 박자를 잃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세상이 아무리 빨라져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만은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면 충분하다.
진짜 승리는 기술을 이기는 데 있지 않다. 기술의 풍요 속에서도 내 안의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디지털 세상에서 내가 끝까지 붙들고 싶은 한 가지다.
[이어지는 연재 안내]
베이비부머 필살기 (13) - 동백, 생의 사계를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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