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생의 사계를 품다

베이비부머 필살기(13) - 붉게 피고 꽃째로 떨어지는 삶의 은유

by 늘푸른 노병


동백은 젊은 날에도 보았다.
해운대에서도,
여수 오동도에서도.

볼 때마다 곱다 싶었다.
그러면서도 까닭 모를 서러움이
잠깐 마음을 스치곤 했다.

나이가 한 굽이돌아
강진에서 다시 동백 앞에 섰다.
꽃은 여전한데
나는 달라져 있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동백은 꽃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마음을
짧은 한 소절에 담아 보았다.


동백아,

너는 어떻게 사랑을 독차지하니?


무슨 사연이 그리도 깊어

시절 인연마다

이토록 애잔한 자취를 남기느냐.


사랑에 취한 연인에게는

붉은 불씨로 피어올라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속삭이고,


아침 햇살 속에 조용히 머물고 있는 동백


이별 앞에 선 이들 곁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꽃봉오리째

눈물도 아닌 것이

눈물처럼 떨어지더니,


하늘길 떠나는 이의

흰 수의(壽衣) 위에 흩어질 때면,

네 붉음은 더욱 처연하게

빛나더라.


봄에는 사랑으로 타오르고,

여름에는 그리움으로 무르익고,

가을에는 이별을 견디다가

겨울에는 눈 속에서도

끝내 곱게 꽃 피어나는 너—


비에 젖어 목 떨군 동백, 더 많은 사연으로 남는다


너야 말로

생의 사계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꽃이로구나.


선연히 피고

처연히 떨어지는 것이

숙명이라면,


지독한 고백

꽃목 꺾이는 아픔이 교차하는 것도

우리네 인생과 꼭 닮았구나.


너로 인해 나는

슬픔도 찬란함도

피하지 않고

겪어낼 수 있었으니.


이제 나는

네 낙화(落花)를 슬퍼하기보다

네가 한때 품었던,


그 붉음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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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필살기(14)- 전화가 아닌 메시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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