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발전했는데, 대화는 줄었다

베이비부머 필살기(18) |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기묘한 풍경

by 늘푸른 노병


우리는 이렇게 많이 연결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대화가 없었던 적도 없다.


손안의 작은 기계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소식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전쟁의 참상조차 화면으로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는 기묘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전철을 타도, 식당에 가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저마다의 화면 속에 잠겨 있다.


온 세상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소통의 통로는 넘쳐나는데,


정작 우리가 나누는 진짜 ‘대화’는 점점 말라가고 있다.


우리는 동네 어귀 평상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정감 어린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배웠던 세대다.


말 한마디에 담긴 온도와, 상대의 침묵이 가진 의미를 몸으로 익혔다.


그런데 지금의 대화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잘려나갔다. 짧은 기호이모티콘이 감정을 대신한다.


문자는 빛의 속도로 오가지만, 그 안에 담겨야 할 깊은 사유와 눈 맞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기묘한 풍경이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각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가족,


단체 대화방에는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이지만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곳 없어 외로워하는 사람들.


기술은 우리를 한곳에 모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각자의 투명한 유리벽 속에 가두어 놓은 것은 아닐까.


풍요로운 정보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만지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기계가 건네는 편리한 연결에만 기대기보다, 때로는 번거롭더라도 직접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마주하는 선택.


화면 속 ‘좋아요’ 숫자보다 내 앞사람의 따뜻한 손 한 번 잡는 일이 더 깊은 연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줄어든 대화의 자리를 다시 채우는 일이다.


오늘은 화면 대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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