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필살기 (17) | 인생이라는 이름의 끝나지 않는 연재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듯이
사람도 배움으로, 몸가짐으로, 생각으로, 태도로 조금씩 달라진다.
어쩌면 그것도 하나의 업그레이드다.
하물며 이제는 신체의 장기 일부 같은 존재. 핸드폰도 다르지 않다.
그 안에 소복이 모여 사는 수많은 앱(App)들 역시 때가 되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해킹이나 보안 사고 같은 피해 방지 목적도 있을 테고 아무튼 더 나아지기 위해서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나 역시 아직 업데이트 중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가 뜨면, 멀쩡히 잘 쓰던 기계를 왜 자꾸 건드리나 싶어 미루기 일쑤였다.
하지만 업데이트는 낡은 것을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스스로를 정비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문구는 기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나 자신에게도 매일 아침 배달되는 숙명과도 같은 명령어다.
나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인생의 판이 다 짜였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지식을 채우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는 데 급급하고, 변화보다는 안주를 미덕으로 삼는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디지털 대륙은 멈춰 서 있는 자에게 결코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어제 배운 기능이 오늘 구식이 되고, 오늘 익힌 앱이 내일의 일상을 바꾼다.
이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나는 '완성된 노인'이 되기보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현역'으로 남기로 했다.
내 인생이라는 소프트웨어에는 여전히 오류(Error)가 많다. 키오스크 앞에서 버벅거리고, 새로 깔은 앱의 아이콘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한다.
다시 시작할 동력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 지루한 반복이 바로 내 인생의 버전을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이다.
낡은 고집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유연한 배움을 채워 넣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가장 세련된 응답이다.
인생이라는 연재에는 마침표가 없다. 오늘 한 문장을 더 보태고, 내일 한 페이지를 더 넘기며 우리는 각자의 역사에 새로운 버전을 출시한다.
디지털은 그 길을 걷게 하는 도구일 뿐, 진짜 업데이트는 새로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이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말은 내 사전에는 없다. 나는 오늘도 어제의 나를 지우고, 더 나은 나로 업데이트 중이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유연해진 내 사고방식에 만족하며, 내일의 낯선 기술을 설렘으로 기다릴 뿐이다.
성장을 멈추는 순간 삶은 고인 물이 된다.
매일 조금씩 나를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아직도 내가 현역으로 살아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이 디지털 대륙의 한복판에서 내가 영원히 늙지 않고 지켜가는 정직한 삶의 자세다.
모든 업데이트. 다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중 으뜸은 사람 업데이트다.
[이어지는 연재 안내]
베이비부머 필살기 (18)
- 기술은 발전했는데. 대화는 줄었다.
#디지털난민 #베이비부머필살기 #현역의 삶 #무한업데이트 #멈추지 않는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