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필살기(16) - 마주 보는 눈빛의 가치를 기억하며
외식산업도 트렌드 일까?
요즘, 교외로 나가면 식당들이 고급화, 대형화, 전문화되어 가고, 커피와 베이커리점도 덩달아 닮아가는 추세 같다.
식당에 들어가서 밥 한 끼를 먹고 나올 때까지, 단 한 명의 사람과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날이 늘어간다.
식당입구에서부터 주문 키오스크가 나를 맞이하고, 테이블 앉으면 태블릿 PC로 주문과 추가주문까지, 서빙은 로봇이 무표정하게 음식을 배달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비대면'이라는 이름의 편리함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점령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우리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대면(對面)'의 힘으로 살아온 세대다.
거친 손을 맞잡으며 계약을 맺고, 술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눈빛 속에서 진심을 읽어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은 상대의 표정 변화와 숨소리로 채웠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그 모든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하라고 한다.
화면 뒤에 숨고, 기계 너머로 소통하는 것이 더 세련된 것이라 부추긴다.
대면이 사라진 자리에는 데이터와 효율만이 남는다.
사람의 표정이 사라진 키오스크 앞에서는 배려가 끼어들 틈이 없고, 목소리의 떨림이 없는 메시지 속에서는 깊은 위로를 찾기 힘들다.
기술은 우리를 더 가깝게 연결하는 듯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주 보는 눈빛을 잃어버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되어 가고 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인
'눈 맞춤'이 거세된 세상은 얼마나 건조한가.
우리가 디지털 대륙에 상륙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기계를 잘 다루기 위함이 아니다.
기술에 잡아먹히지 않고, 그 차가운 기계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향기를 지키기 위함이다.
비대면이 기본이 된 세상에서 굳이 직원을 찾아 "잘 먹었습니다"라고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것,
그것은 낡은 관습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인간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베이비부머 동지들의 마지막 저항이다.
그저 화면 속의 픽셀보다 내 앞사람의 눈동자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뿐이다.
기술의 풍요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잃지 않는 법. 대면이 사라지는 시대에 기어이 사람의 온기를 찾아내고 나누는 법.
그것이 디지털 난민이라 불리는 우리가 이 삭막한 세상에서 꽃 피워야 내야 할 진정한 가치다.
[이어지는 연재 안내]
베이비부머 필살기(17) - 나는 아직도 업데이트 중이다.
#디지털난민 #상륙작전 #베이비부머필살기 #현역의 삶 #대면의 가치 #눈 맞춤 #노병의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