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백수, 팔팔한 세포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
보험설계사로 치열하게 발을 넓혔던 서너 달의 기록을 5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숫자가 가득한 설계안 너머로 마주한 삶의 면면들, 그리고 상품보다 '사람'을 먼저 보게 된 그 뜨거웠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난여름,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밀려났다. 예순다섯. 남들은 이제 쉴 때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멈추면 끝'이라는 생각은 오랜 세월 내 삶을 지탱해온 신조였다. 사람은 일할 곳이 없으면 정신부터 게을러진다고 믿었기에, 정년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휴식이 아닌 '추방'처럼 느껴졌다.
직전 회사에서 느닷없이 '고문' 계약을 제안받았을 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짐을 쌌다. 좋게 포장된 '고문'이라는 자리는, 실상은 3년 동안 나의 경험과 단물을 실컷 빨아먹고 버리겠다는 무례한 선언으로 읽혔다. 신뢰 없는 돈으로 사람을 부리려는 이들과는 내 양심상 단 한 순간도 함께할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결정이었다. 덕분에 생명보험이라는 낯선 분야를 학문처럼 깊이 들여다볼 귀한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평생을 살며 이토록 무지했던 영역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사람을 만나 그들의 불안과 희망을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지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정년 후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백수'라는 이름표가 붙는 순간, 세상이 나를 통째로 내친 듯한 고립감이 밀려왔다.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여전했지만, 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상상 이상으로 영혼을 갉아먹었다.
며칠 동안은 갈 곳이 없음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출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늘 다니던 회사 근처를 서성이다가 무거운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렇게 길을 잃고 헤매던 시간 속에서, 기적처럼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삼성생명 남산법인의 이종배 팀장이었다.
그는 마치 내 처지를 이미 꿰뚫고 있었다는 듯, 마음을 붙잡는 한마디를 건넸다.
"세포는 아직도 팔팔한데, 이 사회가 나이 듦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네요. 허허."
그 한마디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내 세포는 여전히 팔팔한데, 사회가 정한 '늙음'의 기준에 굳이 나 자신을 가둘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이 온몸을 휘감았다. 팀장은 여기에 한 걸음을 더 보태주었다.
"우리, 같이 뚜벅뚜벅 걸어봅시다."
절망과 회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가슴에서 온몸이 떨릴 만큼 뜨거운 오기가 치솟았다. 꺼졌다고 믿었던 불씨가 다시 활활 타오르는 순간이었다.
'정년'이라는 현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삶의 벼랑과 같은 시간이 오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 좋았다.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삶이 좋았다.
우리, 서로 기대어 갈 수 있는 날까지 힘껏 걸어가 보자. 한 줄의 말과 표현은 때로 도끼가 되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곤 한다.
그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또 어떤 순간에 건네졌느냐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절박한 순간에 나에게 건네진 그 한마디는 거센 풍랑 속에 흔들리던 나를 다시 제자리에 굳건히 세워주었다.
이 기록은 누군가를 평가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현장의 진심 어린 언어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에 대한 작은 증언이다.
나는 팔팔한 세포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나의 청춘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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