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문전박대, 초짜의 기록-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보험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미 몇 개 가입은 되어 있었고, '그냥 있겠지' 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친척이나 지인이 보험 한다고 하면, 괜히 전화를 피하게 되고 "이미 있어요"라는 핑계를 준비하게 되는, 그런 미묘한 거리감. 딱 그 정도였다.
지난여름, 47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백수가 된 후, 나는 마음을 다잡고 보험연수원 교육에 임했다. 낯선 보험의 세계로 뛰어든 셈이다. 보험 관련 이론도 법령도 용어도 생소한 기업보험이라는 설계사로 영업을 시작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번째 벽은 가족이었다. 전폭적으로 응원해도 버거운 일인데, 아내와 딸은 "아빠 위치를 생각해 보라"며 나를 말렸다.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 주변 사람들의 시선, 무엇보다 '보험 영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견. 기업보험설계사라 개인 영업과는 다르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가족·친척·지인 누구에게도 절대 알리지 말라는 단호한 말만 돌아왔다.
보험이 정말 그렇게까지 천대받을 일인가? 가족들의 반대와 내면의 갈등 속에서 몇 주를 보냈다. 희미해진 의욕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하루하루 버텼다.
연수교육 중, 선배들과 기업을 방문하는 '개척방문' 실습에 나섰다. 지하철 9호선 증미역 근처 'SK V1' 지식산업센터. 조를 나눠 층별로 배정받고는, 그야말로 무작정 문을 두드리는 실습이었다.
'일단 부딪쳐 보자.' 마음으로 출입문 초인종을 눌렀다.
첫 번째 문.
"○○보험에서 왔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한다. 이미 가입되어 있습니다."
문이 닫혔다.
두 번째 문.
"CEO께서 지방 출장 가셨습니다. 다음에 오세요."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대부분 신입이나 비서쯤 되는 직원이 문을 살짝 열고 용건만 묻더니 휙 닫아버린다.
열 번째 문이 닫혔을 때, 나는 복도 구석에 멍하니 서 있었다. 명함 한 장, 단 한 장도 건네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 자존심과 상실감이 뒤섞여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앞으로도 이 똑같은 일이 반복될 텐데,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디브리핑 시간, 선배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린 보험이라는 가치를 알리러 온 거야. 거절당했다면 오히려 그 가치를 몰라본 그 사람이 손해일뿐이지.
우린 절대 흔들리지 마세요."라고...
뒤이어 들려온 사례들은 더 구체적이었다. 화재로 잿더미가 된 가게를 보험금으로 다시 일으킨 자영업자, 암 진단비 5천만 원으로 생계를 지키며 치료에 전념한 50대 가장의 이야기. 수천억 자산가가 절세를 위해 활용하는 전략적인 보험부터 평범한 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안전망까지, 보험의 민낯은 내가 알던 편견과 달랐다.
분명,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보험은 최고의 안전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만 아까워한다. 막연한 '혹시'보다 확실한 '지금'이 더 중요해 보이니까.
말은 단순했지만, 그 조언은 초보인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여전히 힘들다. 문이 닫힐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보험이라는 가치를 전하는 일에...
누군가 사고 났을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
"보험 들었어?"
그 한마디가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내일도 문을 두드릴 것이다. 다시 시작한다.
11번째 문이 활짝 열릴 때까지... 나의 청춘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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