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송충이로 살아야 되는 운명

– 돌아돌아 제자리,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된 나의 길 –

by 늘푸른 노병


잠시 익숙한 길을 떠나,
낯선 길을 걸었다.

흔들렸지만, 돌아보니
그 경험 덕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더 또렷해졌다.



세상일, 뭣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 말을 뼈저리게 느끼던 때가 있었다.


기업보험 설계사(GFC)로 일을

시작한 지 두서너 달, 큰 마음먹고

덤벼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헛헛했다.


누구나 알법한 큰 조직에서

기업보험을 맡아 활동했지만,

몸과 머리가 '낯설다'라고

아우성치는 시기였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때 어느 방산업체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사장으로 함께 합시다."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면서 순간

머리에서 김이 나는 듯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지.'


평생을 방위산업에 몸담아 온

경험과 감각. 그것은 어디를 가도

따라오는 나의 '정체성'이었다.


나는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떠나오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심하게 챙겨주시던 팀장님,

동료분들과 입사 연수를 함께했던

동기들 모두에게 미안했다.


어쩔 수 없이 어금니 깨물며

무거운 걸음으로 떠나야 했다.




나의 마지막 진지는 바로 여기


다시 시작하는 이곳은 나의 마지막

무덤이라는 각오로 임하기로

다짐했다.


지금 나는 K-방산의 날개에

엔진을 하나 더 달아 방위산업

첨단기술을 다루며, 글로벌

파트너사 들과 함께하고 있다.


새 회사 대표는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방한 성격

공감능력까지 더하며 감각이

빠르고, 글로벌 시장을 읽는

눈이 남달랐다.


나는 전문지식과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보태고,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더한다.

정말 '호흡이 잘 맞는다'는

표현이 딱 맞다.


나는 지금 예상치 못한 속도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출근길은 다시 신입사원이다.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로 번뜩이고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돌아보니, 보험설계사로 지낸

두서너 달은 내게 크나큰 경험과

깨달음을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새 길을 걸어보았기에,

내 길이 어디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삶은 때로 멀리 돌아서 제자리를

찾게 한다.것은 실패가 아니다.

잠시 다른 길을 걸었을 뿐이다.




더 깊고 단단하게 돌아오는 길목


잠시 외딴길을 걸으며 사람을

만나고, 저마다의 깊은 골을

보듬어 보는 시간 속에서

다시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였다.


이제부터는 속은 농익은 늙은

호박이지만, 겉은 풋내음 나는

오이처럼 더 풋풋하게 살아갈

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지금 신입사원이 되어 청춘

연습을 하고 있다. 내 자리에서

다시 노동의 소중함도 새겨보며

뜨겁게 일하고 있다.


송충이가 솔잎을 찾듯,

나는 지금 송충이가 되었다.

나는 청춘을 쓰고 있다.




#커리어 전환 #방산 전문가 #중년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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