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왜 늘 제자리에 머무는가?

- 주어지는 것이 아닌, 쟁취해야 할 전리품 -

by 늘푸른 노병


돌아온 질문


지난 연재에서는 길 위에서 만난

두 거인, 삼성과 한화의 질서를

보았고,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두 청년

스타트업 현장 경영을 엿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화려한 풍경

뒤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질문 하나를 품고 돌아왔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공정은

왜 늘 제자리걸음인가?"



신화(神話)의 붕괴


나는 이 질문을 안고 군대라는

폐쇄적 조직을 시작으로 대기업

견고한 시스템을 거쳐, 자유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타트업까지

수십 년을 통과해 왔다.


이제야 담담히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

말은 적어도 내가 살아온

현실에서는 신화(神話)에

가까웠다.



군대에서 배운 것


군대는 실력과 계급이 일치해야

하는 가장 공정한 조직이어야

했는데, 그곳에서 내가 배운 것은

'공정한 평가'는 처음부터 없었다.


보이지 않는 특정 집단의 철옹성은

이미 오래전에 자리 잡았고,

어느 정권도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눈에 띄는 충성, 윗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기술, 기회와 칭찬은

묵묵히 땀 흘린 사람보다 시스템의

빈틈을 읽은 사람에게 먼저

돌아간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구호는

기득권이 만든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자, 통제 장치였다.



사회도 다르지 않았다


전역을 하고서 사회는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거인들의 리그

에서도, 혁신을 외치는 청년들의

현장에서도 불합리의 유전자는

형태만 바꾼 채 그대로 살아

있었다.


대기업의 공정은 학연과 지연

이라는 정교한 필터를 통과한

그들만의 질서였고, 스타트업의

공정은 '대표와의 거리'와 '생존'

이라는 명분 아래 수시로 유예

되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질서 속에서 누군가의 헌신은

당연한 희생으로 소비되었다.



공정이 바뀌지 않는 이유


왜 공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공정은 구조적

관성(慣性) 위에 올라타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수혜자는 스스로 판을

절대로 흔들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에서

개인의 성실은 거대한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


우리 인간은 공정보다 안정을,

정의보다 내 집단의 이익

먼저 선택한다.



공정은 쟁취해야 할 전리품


그래서 나는 이제 공정을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권'이라 부르지

않는다. 공정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불합리를 직시하는 서늘한 시선

가질 때에야 비로소 윤곽이

보인다.


의심하고, 분석하고, 기득권의

논리에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만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다.


공정은 쟁취해야 할 전리품

(戰利品) 이기에 고단한 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당신에게 묻는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오늘 서 있는 그 자리는

정말 공정한가?


혹시 모르는 사이, 불공정의

관성(慣性)에 몸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나 역시 오늘도 내일도

공정을 쟁취하기 위하여

깨어있는 의롭고 푸른 노병

으로 살아가려 한다.




#공정 #정의사회 #대기업

#스타트업#관성 #불합리한

제도 # 시스템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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