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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Apr 02. 2022

세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더 더 가벼워질 거다

카페에 친구와 있었는데, 발라드가 나오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발라드는 조금 듣기 싫어졌다. 목소리나 감정을 쥐어짜내는 게 듣기 힘들어졌달까. 그러다 친구와 요즘 어떤 음악이 뜨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1. 쇼미더머니로 시작한 힙합이 있었다가, 언젠가부터 R&B의 시대가 됐다. 크러쉬, 자이언티, 딘 등이 제일 핫하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엄청 많았다. 이런 노래들은 프로필 음악부터, 카페 음악 등 다양하게 쓰인다. 10년 전 유행했던 발라드를 지금 SG워너비를 방송에 노출시키면서 띄워보려고 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출처 위키

2. 쿨하다. 열정적인 감정은 멋있지 않다.

3.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미니멀. 너무 꾸민 건 오히려 멋이 없다.

4.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알듯 말듯한 설렘이 좋다.

5. 00충. 깎아내리는 게 재밌다.

6. 대리만족(먹방, 랜선 집사 등).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고 멀리서 즐기는 게 좋다.

7. 렌털, 체험 중시 문화. 소유는 너무 무겁고 경험은 재밌다.

8. 한 달 살기.

9. 대퇴 사시대.


세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노래도, 연애도, 유머도, 체험도 더 쉬워지고 간편해졌다. 일에 그렇게 목메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은 듯하다. 이런 변화도 좋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한 곳에 매몰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다양한 자극과 새로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의, 주가 이렇게 됐으니, 식도, 결혼도, 회사도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 결혼은 동거문화 확산과, 회사는 겸업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성장이 둔화되고, 출산율이 떨어질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에서 사람을 받거나, 동거를 해서 결혼의 부담을 낮추는 건데 전자는 한민족이라는 문화 때문에, 후자는 유교문화 때문에 늦춰지고 있다. 일본이 그래도 출산율 1명 초반대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외국인을 받아서가 아닐까 싶은데, 정말 도쿄 어디를 가든 외국인이 보이고, 지나가는 도쿄 중고등학생에서 혼혈이 꽤 보일 정도다. 우리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자라면서 혼혈을 본 적이 있는가. 많이 없을 거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문화가 조금 가벼워져야 한다. 문화가 있고 나라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문화가 희석되고 나라가 유지되는 게 훨씬 좋은 선택 아닐까.


또한 회사도 가벼워져야 하는데, 말 그대로 뭐 빠지게 고생해서 들어갔어도 10중 3은 1년 안에 나온다. 3년 안에 나오는 비율을 생각하면 절반도 넘을 거다. 왜 그럴까. 어렵게 고생한 만큼 그만큼의 만족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게, 회사는 회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장과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다들 자기 꿈을, 자기 커리어를 찾아서 떠난다. 아깝다. 사람 하나 뽑을 때 몇 백만 원, 몇천만 원 들 텐데 거기서 그 사람을 1인분 하게 만드는 데 또 몇 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꾸 나간다. 지금 1020 초반은 더 심해질 거다. 그들에게는 회사보다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스타트업들이 신입에게 작게나마 결정권을 주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조직문화를 확실하게 세워 붙잡아두려고 하는 거 같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회사는 회사 일이고 내 일은 내 일이다. IT 개발자인데 밤에는 프리랜서 개발을 받는 게, 마케터인데 주말에는 요가강사를 하는 게 문제가 될까.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장려해야 한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건데 그걸 막으면 낙이 사라지는 거다. 그리고 그 겸직에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본업에 적용이 안 될까? 일을 남들보다 2배로 하는 건데 어떻게든 적용된다.


예전 글에서 실행력만으로 남들보다 몇 배는 앞서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는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한 사람들만 뽑을 거고, 능력 있는 개인은 직업을 직접 만들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 시대가 생각보다 더 빨리 왔다.


친구와 NFT유행이 2년은 더 갈 거라고 했는데, 열풍이 내가 시작한 지 거의 2달 만에 끝났다. 시대가 내 생각보다 더 빨리 변한다. 그럼에도 하나 예언하자면, 회사는 겸직과 인플루언서를 더 장려하게 될 거다.


겸직은 사원들의 자아실현과 회사에서의 노하우 활용을 동시에 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인플루언서는 몇천만 원을 써도 100명 모으기 힘든 SNS 팔로워를, 포스팅 하나만으로 만들 수 있다. 평소 하던 SNS를 쓱 활용하면 그만이고, 조직경험과, 안정적인 현금흐름도 얻을 수 있다. 회사는 몇백의 월급을 주고 몇천보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회사생활은 더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사람이 가벼워지는데 조직이 가볍지 않으면 분명 마찰이 생긴다. 지금 MZ와 꼰대가 그 시작이다. 그런데 어차피 MZ는 꼰대가 될 거고, 그다음 신세대는 MZ보다 훨씬 더 가벼워진다. 마찰은 계속 생길 거고 결국 변하는 건 조직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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