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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Apr 27. 2022

인생은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소중하다

인생이 우울할 때는 요리를 하라고 한다. 무언가에 몰입함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기분을 들게 해 줘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접받는 만큼 무언가를 소중히 한다. 대접받는 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    


브랜드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좋아하려면 브랜드를 잘 알게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는 만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좋아하게 되는 법이니까. 그런데 이게 이미 행동경제학적으로 있는 용어였다. 투입한 자원(시간)만큼 애착을 가지게 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사례가 뻔하니 있을 줄 몰랐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식당에서 “녹차 사료를 먹여 키운 횡성한우를 14일간 드라이 에이 징하고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모은 비밀 수제소스를 올린 스테이크. 여기에 이탈리아 농부가 30년간 운영한 와이너리에서 만든 내추럴 와인과 함께하는 코스요리”이라는 설명을 듣는다고 치자. 우리는 편의점 음식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할 거다. 심지어 미슐랭 빕 구르망처럼 한 끼에 2만 원 정도면 꽤 괜찮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보다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곳이 정말 2만 원대의 식당보다 몇 배의 가치를 할까? 젊은 요리사들이 멋 부리며 내놓는 10만 원짜리 음식이 욕쟁이 할머니가 2만 원에 내놓는 푸짐한 음식보다 정말 5배의 가치를 할까?

     

설명을 들은 만큼 맛있다고 느껴진 것도 있을 거다. 맛은 설명을 듣든 말든 그대로겠지만, 설명을 듣는 걸로, 우리의 시간 투입은 커지고 기대는 커진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분위기도 한몫할 것이다. 커진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우리는 비싼 식사의 값어치를 무의식적으로 올린다.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고민과 노력은 우리가 인생에 투자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그게 아까워서라도 인생을 소중히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의 자기 계발 전문가들은 일단 작은 일부터 해보라고 말한다. 이불을 일단 개고, 이불을 갰으니 청소기도 돌려보고, 운동화를 일단 신으면서 러닝도 10분 정도 한다. 이제 취업준비를 한다. 연락 못한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돌려본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 인생을 포기하기가 아까워진다. 습관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산 게 아까워서라도 살아간다.

      

내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방법은 스스로의 자원을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을 쌓아가고 그걸 향유하는 건 나뿐이다. 남이 만든 이야기와 세상 속에서 살면 편하고 재밌지만 ‘내 이야기’에는 애착을 가질 수 없다. 이미 남에게 내 온갖 정신과 에너지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스스로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 없으면서 인플루언서나 연예인 이야기로 몇 시간을 떠드는 사람이 있다. 열심히 자신에게 투자하면서 무기력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라. 없다. 


투자하니 소중한 것도 있지만, 투자하다 보니 소중해지면서 더 투자하게 되기도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것처럼, 내가 내 인생을 소중히 하다 보면 정말 내 인생이 소중해진다.    

 

작은 한 발자국부터 내딛어야겠다. 이왕이면 내 인생을 고급 요리로 만들어야겠다.

눕지 말아야겠다. 한숨 쉬지 말아야겠다. 비관하지 말아야겠다. 


결국 이 모든 걸 만들어내고 향유할 건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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