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먹고살기도 힘들지 않나
1. 어색한 자리에서 한 번은 연예인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유튜브랑 영화는 좀 보면서도 예능이나 드라마는 잘 안 봐서 아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대충 이야기는 이어진다. 아 그 사람, <보석비빔밥>에 나온 사람이죠? 최근에 KBS 드라마에 나왔더라고요. 뭐 이런 이야기들.
2. 특히 여성분들에게 직빵인 게 '연예인 누구누구 닮았어요'라는 이야기니까 아이스 브레이킹으로도 좋다.
3. 그런데 가끔 궁금한 건, '000 이혼했데요' '000 돌아가셨데요'를 한참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혼한 000은, 돌아가신 000은 내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대화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1평 고시원에 살 때, 그들은 빌딩을 올리고 이혼 이야기를 팔아 돈을 버는데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겠는가? 부러움이나 질투도 있겠지만 쟤네들은 한남동 살고, 나는 신갈동 살면서 평생 술 한잔 마시거나 커피 한잔 마실 일 없는데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겠냐는 말이다. 아프리카 사람을 보면서 감사하라는 옛말처럼, TV속 그들도 우리 서민들을 보면서 감사하며 살지 모른다.
4. 마치 '유키노랑 하치만이랑 드디어 사귀네' '그쪽 유이가하마 닮았어요'처럼 현실로 만날 수 없는 애니 속 캐릭터를 주제로 한참 이야기하는 걸 보는 거 같다. 독자 중 대부분이 갸우뚱했을 것처럼, 내게도 그렇게 보인다.
5. 연예인 이야기를 듣고 본 것도 꽤 있어서인지 큰 감흥이 없는 것도 같다. 상상 속 동물인 거 같으면서도 저 사람들도 팔다리 달린 생물이라는 걸 눈으로 보게 되면 신비감이 사라진다. 의경 때 연말무대 근무를 하면서도 수백 명은 본 거 같고, VIP 영화관에서 일하면서도 열몇 명은 본 거 같다. 군대 때 잘 놀던 친구는, 클럽에 가서 000을 만났는데 맛있더라,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음악방송 초반에 가끔 나오던 그룹이었다.
6. 이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게 내로남불인 거 같기도 하다. <원피스>에서 에이스라는 캐릭터가 죽었을 때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건, 원로 연예인 김 모 씨가 죽은 것보다 젊은 남자들에게 더 큰 충격이었다는 거니까.
7. 뭔가 몰입하고 몰두해야 하는 게 필요한 거 같다. 저번화에 이은 생산과 소비의 양극화다. 생산을 잘하는 사람은 드라마도 만들고 식당도 만들고 브랜드도 만든다. 소비하는 사람은 소비만 한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영원히 소비하는 사람이 될 거 같다.
어떤 일이 생기면 불쌍한데.. 안타까운데.. 잘 모르겠다. 만남과 결별? 우리 주변에서도 꽤 드라마틱한 일이 많다. 술 한 잔 마시며 가장 치졸했던 연애썰을 들려달라면 사람들은 하나쯤 들려줄 거다. 이혼한 사람? 이혼율을 정의하는 기준이 통계마다 다른데 2~40% 정도는 되는 거 같다. 야나도? 야 너도! 이런 경우가 굳이 말로 꺼내지 않을 뿐이지 꽤 많다. 제일 불쌍한 건 글로 밥 벌어먹고 살고 싶은데 40Kg짜리 타일을 나르는 내가 아닐까? 어차피 세상 사람들 다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이제 그렇게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