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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안 Nov 09. 2024

남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꽤 많은 걸 포용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웬만한 일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거나 답하기 때문이다.


새치기를 당한다면? 한 사람쯤 보내면 되는 거고

옆이 시끄러우면? 내가 귀마개를 끼면 되는 거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 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알고 보면 회피형인 내 성격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 거였다)


이유는 다름 아니고, 스스로를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내가 왜 이럴까 궁금해지며 정말 육아책부터 심리학, 프로이트, 융, 아들러, 철학책 등 온갖 책을 다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에야 남아있는 건 거의 없지만, 딱 하나 남아있다. 마인드로 남아있는 거뿐이지만.


저 사람이 저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1. 연쇄살인범 인터뷰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때 선생이 나를 돈 없다고 불러 체벌하지 않았다면 나는 악마가 되지 않았을 거다"


2. 가끔 이런 범죄드라마나 다큐를 보는데,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우리가 이들에 집중하는 건, 피해자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가해자들이 또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3. 신입생 때 선배들이 밥을 사주는 문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잘 보이려고 하는 건데, 내가 사는 게 맞지 않나? 그런데 그게 표준이었다. 요즘은 뭐 마라탕도 탕후루도 사달라고 한다. 이때쯤부터 느꼈던 거 같다. 내가 남들 같은 성격은 아니라는 걸.


4. 형이 영화를 사준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돈이 없으면 안 본다고 했다. 영화관에 갔는데 내가 카드가 없었나 그랬던 거 같다. 그냥 한 번쯤 보고 다음엔 내가 보여준다고 하면 되는 걸 굳이 굳이 그랬다.


5. 나는 어떤 것이든 빚지길 싫어했고, 형은 평범한 남자의 성격이었던 거다.


6. 한 번은 친구에게 돈을 빌린 적 있다. 유럽여행을 갔는데 돈이 너무 빨리 떨어졌다. 친구는 그 돈을 1.5배는 해서 빌려줬고, 나는 호텔에서 접시를 닦아 금방 돌려줬다. 친구는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호탕하게 편하게 갚으라고 했고, 나는 빚지는 건 죽도록 싫어 최대한 빨리 갚았다. 그리고 그 일이 고마워서 지금도 가끔씩 선물을 주곤 한다. 그러면 친구는 또 웬 선물이냐며 또 무언가를 준다. 이렇게 잘 풀리기만 하면 다행인데.


7. 대부분은 잘 안 풀린다. 특히 회사가 그런 거 같다. 위에서 적었듯 나도 뭐 그렇게 싹싹하거나 상냥한 성격은 아니고, 내가 아무리 저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보통 사람은 나이 들면 자신만의 가치관이 생긴다.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저래야지.


좋게 말하면 그게 이들을 지탱해 준 중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게 이들의 약점이자 편견이다. 가치관이 다른,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만나면 이들도 미쳐버릴 거다. 하지만


8. 보편적으로 좋은 성격이란 건 있다. 보편적으로 잘 받아들여지는 성격이란 것도 있고. 그렇지만 그 성격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없기에 애니, 만화 속 남주인공 성격으로 등장한다. 이 주인공들을 자세히 보면, 작가들도 이런 '완벽한 성격'이란 게 어디서 태어나는지 모르는지, 남주의 가정은 비밀이다.


9. 아마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질 거다.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 못 하는 경향 말이다. 스마트폰과 맞벌이의 증가로 0~3세 사이 유아들은 부모와 유대를 쌓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다. 대부분이 불안형 아니면 회피형으로 자랄 거다. 놀이터에서 철수 나와라 놀던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틱톡과 자란 세대는 외형만 인간이지 아예 다른 존재다.


10. 신입들만 힘든 줄 알았는데, 요즘 직장인 커뮤니티들 보면 신입 때문에 미치겠다는 글도 꽤 많다. 팀원을 이끌고 조율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니 그럴 거다.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은 인간들을 이끄는 것도 힘들긴 할 거 같다.


이럴 때면 심리, 정신장애 이야기가 떠오른다. 당시 심리학 책을 읽으며, 그나마 이 쪽 지식이 있을 거 같은 간호사 친구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이런 지식도 있고, 어느 정도 유념하며 '좋은 성격'을 유지할 거 같았다. 그런데 아니란다.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그때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나도 아프지만, 너도 아프고, 군대에서 무섭던 그 형도 아프고, 나를 쪼던 그 친구도 아픈 거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형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딘가 아픈 존재다. 아픈 사람끼리 <병신과 머저리>처럼 서로를 감싸주고 도우며 사는 거다.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나는 병신이지만 쟤는 머저리니까, 부족한 애들끼리 도우며 살아야지 생각한다. 물론 심각한 사람들도 있다. 심각한 분들은 핸드폰을 끄고 병원에 가보기를 추천. 만약 상대방이 심각하다면, 그분이 병신이고 당신은 머저리일 수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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