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무 직군의 A to Z #2

어떤 사람이 재무 직군에서 일해야 하나요

by 구도

입사 후 몇 년이 지나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동하는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 대기업의 생리이지만,

일단 처음 지원을 할 때 또는 내 커리어를 어떤 직군에서 쌓을지 미리 로드맵을 그릴 때는

당연히 적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생활 1, 2년 하는 게 아니기에 5년, 길게는 10년 이상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적성에 맞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실제로 적성에 많지 않아 힘들게 직군을 변경하거나,

회사 안에서 직군 변경이 어렵다면 이직하는 친구들도 몇 봤으니까요.


앞으로 몇 차례의 글에서는

어떤 사람이 재무 직군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더불어,

구체적인 기능별(회계, 자금, 세무 등)로 나누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흔히들 회사 내에서 재무 직군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숫자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답이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략이나 마케팅 직군과 비교를 하자면


전략 직군은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부서입니다.


정답이 없는 일이에요,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소위 '맨땅에 헤딩한다.'라고 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물론 Top Management에서 준 방향성은 있겠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열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있어야 합니다.

세세한 부분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큼지큼직한 방향에 대해 고민합니다.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작은 부분들은 중요치 않은 것이 전략 직군의 일입니다.


마케팅 직군은 어떨까요.


마케팅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기존 거래처를 관리하고,

신규 거래처를 유치해야 합니다.

회유하거나 협상을 하고, 때로는 읍소를 통해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보수적으로 행동하면 사람, 거래처 관리가 쉽지 않겠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해서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요.




# 재무 직군 업무의 개괄적 특성


재무 직군의 일은 정확성과 적시성이 핵심입니다.


경영층에게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자금이 필요한 때맞춰 최적의 비용으로 자금을 융통해야 하며,


정확한 이익을 계산해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또 규정은 얼마나 많은가요.


회계규정, 세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 지켜야 할 규제가 엄청 많습니다.

상기 규정에 따라 회계감사, 세무조사 등 외부의 감사까지 받아야 합니다.


또한 돈을 관리하는 직군이기 때문에 다른 직군에 비해 흔히 말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영업부서의 경우 본인 부서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는

무조건 투자를 늘리고 확대하려고 하겠지만,

이런 투자들을 제지해야 하는 것도 재무 직군의 역할입니다.


'지금 회사의 돈이 이만큼 밖에 없으니 이 투자는 어렵다', '경제성 분석이 잘못된 것 같다' 등등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재무에서 이런 이슈를 제기합니다.


어찌 보면 잔소리하는 시누이 같다고 할까요.

된다는 말보다는 안된다는 말을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결산, 세금 납부, 자금 운용 등 루틴 하게 돌아가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슈가 생겨 재무 검토를 해야 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루틴 한 업무들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회사가 성장을 하든 매출이 감소 하든,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회사는 결산, 세금 납부, 자금 운용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 재무 직군 업무 방식


숫자를 다루다 보니, 주로 사용하는 양식은 파워포인트, 워드보다는 엑셀을 많이 활용합니다.


엑셀을 하나도 쓸 줄 모른다면 입사 후 고생할 수 있어요.

재무 직군으로 취업을 희망한다면 엑셀 강의 하나 정도는 듣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축키를 달달 외우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함수를 걸어야지.'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엑셀에 능숙하다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어 퇴근시간이 빨라집니다.


또한 대기업이라면 재무 정보 관리를 위해 ERP를 활용합니다.

(*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가장 대표적으로는 SAP이 있죠, 오라클을 쓰는 회사도 있고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런 ERP 시스템을 직접 써볼 일은 없겠지만,

대략 어떤 시스템인지 정도는 미리 보고 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사용하는 시스템이 엑셀, ERP이다 보니

숫자 단위 1이라도 틀릴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입사 후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이 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백억, 몇천억의 전표를 검토하고 결산을 하는데 숫자 1원이라도 틀리면

회사 장부에 틀린 숫자가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압박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재무 직군의 업무가 이렇다 보니 다른 부서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하고, 꼼꼼하고, 신중한 성향의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때로는 숫자 검증을 위해 큰 의미가 없는 엑셀 작업을 몇 시간 동안 하기도 합니다.


숲을 보기보다는 숲 안의 나무, 나무 중에서도 나뭇가지, 나뭇잎 하나하나 봐야 합니다.


이런 일의 특성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고 숫자에 약한 사람은 다소 힘들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업무가 루틴 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불규칙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적성에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어릴 때부터 정답이 있는 일을 좋아했고 수학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습니다.

평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미 있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논리를 가지고 설득하기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또한 파워 J라서 루틴 하게 돌아가는 업무의 사이클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경우 운 좋게도 재무 직군의 일이 적성에 딱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 없이 13년 동안 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회사 일이라는 게 누구나 와도 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하루 8시간 또는 그 이상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왕이면 본인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추천드립니다.




재무 내 기능별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


1. 회계 기능

2. 자금 기능

3. 세무 기능

4. IR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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