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개월 전 신장암 췌장 전이로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 후 바로 항암 치료를 시작했고,
2주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항암제를 투여받고
매일 경구로 복용하는 항암제 1알을 먹고 있습니다.
4기라고는 하지만,
전이 부위가 넓지 않고 통증이 있는 게 아니라서
다른 부작용이 없다면
일상생활은 무리 없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암 진단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상황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까요.
이 전 글에서 쓴 바와 같이,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
성인이 된 후 계속 허리까지 긴 머리를 유지하던 제가
귀 아래까지 내려오는 똑 단발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학원차에서 내린 아이가 제 모습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어요.
저는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xx야, 갑자기 왜 울어??"
"엄마 머리 왜 잘랐어, 머리 자른 거 이상해!"
아이는 악의가 없을 테지만 괜히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습니다.
저도 자르고 싶어서 자른 게 아니니까요.
이뿐만 아닙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가는 수영장 같은 곳에는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호흡기나 피부로 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가족은 제가 아프기 전이나 지금까지도 아이들과 여행을 많이 다니려고 합니다.
더운 나라에 가면 다 같이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기도 했었죠.
올여름은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저는 물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왜 물에 안 들어와~~ 엄마도 같이 하면 좋겠다!"
"그럼 언제부터 물놀이 같이 할 수 있는 거야?"
저도 참 언제부터 물놀이를 할 수 있다고 대답해주고 싶었어요.
췌장암 4기라는 사실을 저조차 소화하지 못했던 시기에는
아이들의 위와 비슷한 말 한마디에도
혼자 눈물을 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엄마고, 내가 살아있는 한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고, 또 열심히 치료받는 수밖에요.
항암은 힘들지만 엄마는 강합니다.
저는 엄마이기에, 아이들에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엄마 그냥 머리 자르고 싶어서 잘랐는데~~ 예쁘다고 해주면 안 될까??"
"엄마 목감기가 걸려서 물놀이를 할 수가 없어~ 다음번 여행 가면 엄마 꼭 같이 할게"
가끔은 저도 제 자신의 정체성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 앞 놀이터에서 아이 친구들 엄마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삶
2주에 한번 대학병원에 가서 종양내과 담당교수를 만나고
항암주사실에 앉아 항암주사를 투여하고
매일 밤 아이들이 자고 나면 항암제를 물과 함께 삼키는 것
자른 머리가 이상하다고 우는 아이의 말에
살짝 서운하려고 하는 걸 보니
모두 소화시켰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아직 조금은
소화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었나 봅니다.
매일 조금씩 더 단단해 지기를
오늘도 스스로 다독여봅니다.
제 삶의 한 순간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도
[사진 출처]
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