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는 큰 흉터가 3개 있다.
중학생 때 뇌종양 수술을 하며 생긴 머리의 10cm 길이의 흉터,
성인이 되어 두 차례의 신장암 수술을 하며 생긴 왼쪽과 오른쪽 복부의 7~8cm 길이의 흉터.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머리의 흉터가 만져지면
'아 내가 뇌종양 수술을 했었지.' 생각하고
수영복을 입을 때 흘긋 보이는 복부의 흉터를 보면
'아 내가 신장암 수술을 받았었지.' 생각한다.
많지 않은 나이에 몸에 큰 상처가 생길 때마다 '비키니는 못 입겠네.' 하며 퍽이나 속상했다.
내 몸에 기록된 10대, 20대, 30대까지 이어지는 병마와의 싸움의 흔적들.
한때는 거울에 비친 흉터를 보기가 어려워 한동안 내 몸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매일 샤워를 할 때마다 보이는 주홍글씨 같은 나의 정체성.
종양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희귀성 유전병을 가진 돌연변이 인간으로 살아가면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희열보다는
남들과 다르다는 열등에 힘들어했다.
고작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신장암 전이로 항암을 하고 있는 지금
항암주사를 맞고 항암제를 먹는다.
이 몸으로 독한 약을 잘도 버텨낸다.
나는 나의 몸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참 열심히 싸워왔다. 고생 많았다.
이렇게 살아있느라 애썼다.
그깟 흉터가 뭐라고.
영광의 상처인 양 예뻐 보인다.
살아있으면 되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그것만 잘하면 되었다.
지울 수 없는, 내 몸에 새겨진 훈장 같은 나의 정체성.
나는 나의 몸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