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나에게 준 선물
불행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불행은 매번 생경하다.
모든 행복의 감정은 비슷할 수 있지만,
모든 불행은 궤와 결이 다르다.
곁에 있어도 모르는 게 행복일 수 있지만,
불행은 곁에 있을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행복한 삶이 지속되면 무료할 수 있지만,
불행한 삶이 지속되면 매번 절박하다.
절박함의 깊이와 어두움을 알기에 난 불행에 민감하다.
불행을 알아차리는 것과, 받아들이는 과정 모두 그러하다.
하다 못해 슬픈 드라마를 보는 것도 어렵고,
영화에 나오는 흔한 추격씬도 너무 불안한 나머지 빠르게 넘겨버린다.
나는 조금의 불행도 소화시키기가 어려워,
깨지기 쉬운 유리구슬을 손바닥에 위에 얹은 것처럼
내가 지금 겨우 가진 것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해, 또 조심스럽게 걸었다.
내 인생은 행복해야만 해, 내 인생은 편안해야만 해.
그런 나에게 '암'이라는 사건이 찾아왔다.
나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일어날 수 없는 일.
그동안 믿고 왔던 믿음이 무너지고, 준비 안된 맨몸으로 거대한 파도를 맞는다.
여태까지 내 두 다리로 열심히 뛰어온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니 길이 아닌
나를 통과해 간 높고 낮은 파도의 너울들이 보인다.
내가 뭐라고, 이 파도들이 나를 비켜갈까 기대했을까.
내가 뭐라고, 내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어쩌면 그저 잘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파도가 나를 지나갈 때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겠지.
암진단을 받고 소화되지 않는 감정을 꼭꼭 씹어 삼킨 후에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어, 내가 암환자가 될 수도 있지.
그리고 또
이번 일도 지나갈 수 있어, 내가 다 나을 수도 있지.
내 당위적 믿음을 바꿔서 생각하기.
암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