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보' - 아름다운 괴물

혐오스러운 인간의 부정할 수 없는 무대

by 구도연


"아름다운 괴물!"


어린 키쿠오와 슌스케가 인간 국보의 가부키 공연을 보며 내뱉은 이 탄성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섞이기 힘든 두 단어는 어쩌다 공존하게 됐을까.


처절하게 자신까지 파멸시킨 괴물이 되어야만 비로소 아름다움의 경지에 닿을 수 있는 걸까. 가족과 동료를 모두 희생시키고 빚어낸 괴물의 예술을 우리는 과연 아름다움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영화는 세 시간 러닝타임 내내 인물과 관객의 숨통을 조이며 이 가혹한 질문의 답을 요구한다.


그리고 영화는 한 소년이 괴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의 생은 늘 비정한 거래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와 스승을 맞교환했고, 무대의 주인이 된 순간 친구와 연인이 떠났다. 이름을 물려받은 대가는 스승의 죽음과 명성의 추락이었고, 예술을 위해서 자신의 성별마저 지워야 했다. 마침내 인간 국보의 자리에 오르지만, 갈채를 얻고 사람을 잃었다. 봄날 햇살 같던 소년의 미소는 이제 흔적조차 없다.


친구와 함께 꿈을 향해 달리던 소년, 악마와 거래하고 무대 위에 홀로 남은 노인. 과연 누가 더 아름다움에 가까울까. 여전히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리하여 괴물에게 버려진 딸도 고백한다. 당신을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지만, 당신의 무대만은 끝내 부정할 수 없었다고.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걸작이다. 예술과 삶의 심연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서사,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꽉 찬 밀도의 연출, 살점이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생생히 전하는 연기까지. 영화에 참여한 모두가 '괴물'이 되지 않고서는 빚어내기 힘든 아름다운 무대다.


마지막 '백조' 공연, 흩날리는 눈발 속에는 '패왕별희'의 찬란한 슬픔, '야반가성'의 고독한 몸부림, '천녀유혼'의 낭만적 환희가 뒤엉켜 보였다. 마치 선대 괴물들이 시공간을 넘어 무대 곳곳 빛으로 내려앉는 듯한, 그 빛들 사이 어디쯤 장국영도 서 있을 듯한 착시를 느끼며.


극장에서 몇 번이고 더 만나고 싶다. 하지만 그 미학이 내겐 너무 아프고 치명적이어서, 영화가 남긴 질문의 답을 찾는 그날까지 선뜻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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