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가 현실로 오다.
(이 리뷰는 넷플릭스의 국내 론칭 기념 학교 신문에 기고했던 “데어데블” 리뷰를 번역한 것이다. 리뷰는 “데어데블”이 막 공개된 시점인 지난 4월에 쓴 것으로 아직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앤트맨”이 개봉하기 전임을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제목: 마블 데어데블 (Marvel's Daredevil)
주연: 찰리 콕스(맷 머독 / 데어데블), 빈센트 도노포리오(윌슨 피스크), 엘든 헨슨(포기 넬슨), 데보라 앤 올(캐런 페이지), 로사리오 도슨(클레어 템플)
에피소드 수: 13(시즌 1)
공개일: 2015년 4월 10일(시즌 1), 2016년 3월 18일 예정(시즌 2)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복합 미디어 시리즈 중 가장 거대한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영화(“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곧 나올 예정이지만, 그 전에 넷플릭스 시리즈인 “데어데블”의 첫 시즌이 4월 10일에 공개됐다.
대부분의 MCU 시리즈(ABC의 미드인 “에이전트 오브 쉴드” 포함)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편인데, “데어데블”은 약간 다르다. 물론 시리즈의 배경이 뉴욕의 한 구역이어서 “어벤져스”에서 벌어진 뉴욕 전투가 “데어데블”의 배경을 만들어낸 이벤트로 나오고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잠깐 언급되기도 하는 등, 아주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최소한의 연관성을 뒤로 하고, “데어데블”은 맷 머독(찰리 콕스)이 그의 도시를 살리기 위해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자경단원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머독은 “어벤져스”의 외계인 침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인 “헬스 키친”에 살고 있다.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그는 다른 감각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어떨 때는 직접 볼 수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주변 환경을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다. 이러한 능력을 활용해 복면을 쓴 자경단원이 되어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먼저 파괴하려는 윌슨 피스크(빈센트 도노포리오)에 맞선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데어데블”의 강점은 바로 넷플릭스의 특성에서 나온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시리즈를 공개할 때 간격을 두고 한 편씩 공개하는 것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한다. 그 덕분에 에피소드들이 좀 더 긴밀하게 묶여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페이스가 가끔씩은 느려지지만 몰입감은 계속 최고조를 유지한다. 계속해서 다음 에피소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들고, 결국 “이 편만 보고 끝내야지…”라고 생각한 시청자들은 “한 편만 더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다음 편을 보게 되고, 그리고 그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시리즈 전체를 다 볼 때까지.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머독과 피스크의 캐릭터 묘사이다. 둘 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다양한 과거사가 있는데, 시리즈에서는 그런 이벤트들을 빠지지 않고 다뤄준다. MCU가 늘 떡밥 투성이인 데 반해, “데어데블”은 시즌의 끝에 거의 모든 떡밥과 배경 설명을 깔끔히 해준다. 특히 피스크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에피소드는 시리즈에서 가장 강력한 에피소드 중 하나다. 피스크는 어디까지나 악역이지만 이런 길로 빠지게 되는 이유를 잘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물론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콕스와 도노포리오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특히 콕스는 여기서 선보인 연기로 미국 맹인 재단으로부터 헬렌 켈러 상도 받았다)
시리즈의 중심이 되는 격투 장면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이 결투 장면은 대부분의 적을 떡실신시키는 캡틴 아메리카나 블랙 위도우 같은 다른 히어로와 달리 데어데블은 무적이 아니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히어로가 되기 위해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게 아닌 히어로가 된 일반인이라는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자, 데어데블이 자신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위험을 보여주기도 한다. 거기에 미국 기준으로 처음으로 TV-MA(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MCU 매체이니만큼 꽤나 잔인하다.
몰입감 있는 스토리, 현실적인 격투 묘사,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는 “데어데블”을 MCU 매체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와 닿는 드라마로 만들어줬다. 여기에는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도, 의문의 외계 물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사는 도시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한 명의 맹인만이 있을 뿐이다.
점수: 9.5/10
데어데블 보러 가기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