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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Nov 08. 2015

불친절해진 헤일로 세계관

스토리를 이해하고 싶으면 입덕하라   

*주의: 이 글은 특히 헤일로 세계관을 잘 모른다면 게임 ‘헤일로 5: 가디언즈’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헤일로’ 메인 시리즈의 최신작인 ‘헤일로 5: 가디언즈 Halo 5: Guardians (이하 헤일로 5)’가 출시됐다. 출시 당시 다양한 리뷰에서는 스토리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폴리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스포일러는 언급 않겠지만, 헤일로 5의 플롯 진행은 블루 팀 vs 오시리스 팀의 전체적 줄기와는 별로 상관이 없거니와 제대로 된 발전도 없이 여기저기로 튀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나는 엑스박스 원이 아직도 없기에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컷씬과 게임 플레이를 편집한 편집본을 일단 봤다. 그리고 저 얘기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됐다. 사실 헤일로 5의 주요 스토리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홍보에 쓰였던 치프의 블루 팀과 로크가 이끄는 오시리스 팀의 추격전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런 홍보 노선을 결정한 거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거 아니면 스토리의 메이저 스포일러 요소, 둘 중 하나였으니까.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얘기가 아니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술집 전체를 살게."

폴리곤도 지적한 사항이지만, 헤일로 5의 메인 스토리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정신없이 나온다. 블루 팀 vs 오시리스 팀과 다른 스포일러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초반에 등장하는 헬시 박사나 아비터(전투복이 확 바뀌어서 아비터라고 안 하면 다른 캐릭터라고 박박 우길 수도 있을 거 같다)가 이끄는 온건파 세력인 ‘상헬리오스의 검’과 헤일로 4에서도 나온 바 있는 ‘스톰 코버넌트’의 내전 등이 모습을 비춘다. 헤일로를 게임으로만 접한다면 이런 모든 것들이 상당히 생소한데도 불구하고, 헤일로 5의 제작사인 343 인더스트리는 살짝만 언급하고 바로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왜냐? 바로 다른 미디어에서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헤일로 시리즈는 이제 웬만한 팬이 아니면 모든 걸 섭렵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커졌다.

여타 미디어 프랜차이즈가 그렇듯, 헤일로 시리즈는 단지 게임뿐만이 아니다. 소설도 13권이나 나왔으며, (나도 이 중 단 세 권만 읽었다) 만화책도 시리즈가 8개나 된다. 영상물도 7개나 된다. 사실 헤일로 5에서 나온 소소한 이야기들은 모두 메인 스토리가 아닌 이런 외부 미디어에서 다룬 이야기다. 그랬기에 343 인더스트리는 마치 모든 플레이어가 이 내용을 아는 것처럼 매우 짧게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이 전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헤일로 플레이어들이 헤일로 마니아는 아니라는 점이다. 헤일로 시리즈는 엑스박스를 견인하는 게임 시리즈로, 단일 기종으로 나온 게임 시리즈 중에는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시리즈다. 과연 이 중에서 저 모든 헤일로 미디어를 섭렵하고 세계관의 모든 이야기를 섭렵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얼마나 될까? 스포일러: ‘헤일로 워즈’를 제외한 모든 게임을 해본 나름 헤일로 팬임을 자처하는 나도 그렇지는 않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헤일로 5에서 나오는 선조 구조물인 수호자(Guardian)와 도메인은 역시 다른 미디어에서 언급된 적은 있지만 게임에서 처음 나온다. 그걸 343은 역시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나도 도메인과 수호자는 처음 들어보는 거라 적잖이 당황했다) 또한, ‘헤일로 3: ODST’에도 나온 적이 있던 에드워드 벅(미드 ‘캐슬’의 주인공인 네이선 필리언이 목소리 및 모델링을 제공했다. 필리언 자신도 헤일로 팬이라는 얘기가 있다)이 일반병 중 엘리트 집단인 ODST가 아닌 스파르탄이라는 설정으로 튀어나와 오시리스 화력팀에 합류하는데, 스파르탄 IV 프로그램의 뒷설정을 모른다면 “일반병이 어떻게 스파르탄이 됐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둘은 최고의 파트너가 될 운명이다.

사실 이런 딜레마는 미디어를 초월하는 거대 세계관을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 늘 겪는 문제다. 지금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와 만화가 나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그렇고, 다른 거대 게임 세계관도 그렇다. 특히 어쌔신 크리드의 경우, 3편에서 게임 본편에서는 설명을 빈약하게 하고, 같이 나온 소설에서 자세한 설명을 붙여놓는 방식을 택해 빈축을 샀다. 소설을 봐야지만 3편의 스토리가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세계관을 다양한 미디어로 묶는 건 물론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다른 미디어를 접하면서 메인 미디어에서 다룬 이야기를 이스터 에그같이 언급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팬들을 움직이게 하는 마케팅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이런 마케팅 방법에 치중하게 되면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보일 수도 있다. 5월에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비슷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343은 헤일로 5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속편에서 끝내기로 한 듯하다. 마지막에 엄청나게 스케일을 키워놓은 만큼, 6편에서는 어떻게 이 떡밥을 회수할 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번 편에서 코빼기도 안 비춘 주요 악역들은 어떻게 될까 또한 궁금해진다. 이 모든 것에 답을 제시하면서 플레이어들을 만족시키려면, 343은 최소 다음 3년간 매우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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