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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Nov 01. 2015

KudoCast 025회 제작후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2015년 10월 31일.

재난의 시작.
"나는 아무래도 X 됐다."


어제 KudoCast 025회 방송을 위해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팟빵 스튜디오로 가는 7호선 지하철 안에서 위의 문자를 보고선 소설 "마션"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내 폰의 문자 내역을 확인했다. "10/30일 E룸 17:00~20:00 스튜디오를 이용해주세요."


'어떻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지?!'


홈페이지에 당일 예약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막연하게 예약을 했는데, 놀랍게도 당일 예약으로 처리가 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내일 팟빵과의 결투가 예정되어있다) 이제 늦어도 2-30분 뒤면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방송을 위해 모이게 되는데, 정작 방송을 할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두 정거장 후,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마음은 급한데 다리는 풀려버렸다. 나는 난간을 겨우 부여잡으며 A동 8층으로 향했다.


2주 전.

쿠도캐스트 024회 방송이 끝나고 나는 언젠가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첫 스튜디오 방송을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빵에서 스튜디오를 빌려준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장소는 이미 정해졌고,  그다음은 게스트였다. 스튜디오를 빌려서 방송하는데 둘만 나가는 건 뭔가 자원낭비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일단 잘 아는 분을 섭외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남혜현 기자님과 백투더맥 블로그의 원님. 원래는 24일이 방송 목표였으나 남혜현 기자님의 마감 문제도 있었고 준비도 할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에 방송은 1주일 연기됐다. 마침 통영에 사시는 원님이 서울에 잠시 올라오실 때와 겹친 덕에 여러모로 날짜가 잘 맞았다. 이 두 분은 아직 주제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꺼이 섭외 요청에 응해주셨다. 사실, 이 분들과 얘기를 하다가 뉴스 섹션 외의 특별기획 주제가 정해졌다.


10월 29일.

일단 방송은 하겠다고 한 분들이지만, 두 게스트들은 부끄럼을 많이 타셨다. (사실 두 분 다 쿠도캐스트 출연 경력이 있으신데도) 그래서 알아서 추가 게스트를 한 명씩 납치해오셨다. 남혜현 기자님은 후배인 장혜림 기자님을, 원님은 테크G의 최필식(블로거 칫솔님으로 유명한 분이시다) 기자님을 모셔왔다. 판이 죽자고 커졌다. 결국 다음날 아침에 권장 인원이 4명이었던 예전 방을 취소하고 더 큰 방으로 옮겨서 예약했다. 이게 우리가 겪은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다시 10월 31일.

풀린 다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8층으로 올라오니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다. 일단 팟빵 스튜디오 직원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문제는 주말에는 예약이 끝나는 대로 알바인 자신도 퇴근하기 때문에 사정을 봐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뭔가 알 수 없는 업무방식이었지만, 일단 말단 알바라는 사람을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멍 때리고 15분이 지나자 모든 참여인원이 모였다. 그렇게 대책 토론이 시작됐다. 일단은 방송 연기가 거론됐는데, 원님을 다음 주에 또 서울로 올라와달라고 부탁드리기는 많이 그랬다. 다행히도 혹시 몰라 노트북은 챙겨왔기 때문에 성능이 약간은 떨어지더라도 방송을 녹음하는 것은 가능했다. (방송에 쓸만한 마이크를 맥북 프로에 넣어준 애플 만세) 남은 문제는 장소였다. 다른 녹음 스튜디오도 얘기가 나왔지만 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때 게스트 중 한 분이 아이디어를 내셨다: 술집. 처음에는 너무나도 급진적인 생각에 거부감이 들긴 했는데 조용한 방을 구할 수만 있다면 가능할 거 같기도 했다. 마침  그분이 아는 곳이 있다고 하셨고, 1시간 뒤로 예약했다. 그런데 그곳은 홍대에 위치해있어서 이동을 했다.

(조명 문제로 사진 상태가 좋지는 않다 - 왼쪽 아래 사진은 최필식 기자님 제공)


토요일 밤의 인산인해를 뚫고 왔을 때, 나는 바로 만족했다. 원래 고시원이었던 곳을 개조한 곳이었던 데다가 방이 구석진 곳이다 보니 진짜로 조용했다. 그렇게 라이브 방송을 위해 핫스팟이 만들어졌고, 안주가 온 다음 방송은 시작됐다. 오히려 술이 들어가니 어색함이 사라지고 좀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온 거 같아 만족스럽다.


단체샷.jpg

이번 쿠도캐스트는 준비하는 과정도 재밌었고, 실제 방송에 이르기까지의 우여곡절도 나중에 생각하면 교훈도 준 재밌는 경험이었다. (당시에 정말 멘탈이 나가 있었던 건 비밀로 하자) 급한 섭외 요청에 응해주시고, 거기다가 본인의 불찰로 가산에서 홍대까지 이동해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남혜현과 장혜림 기자님, 테크G의 최필식 기자님, 원님, 그리고 공동 MC인 진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렇게 나온 KudoCast 025회 들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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