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놓고 "국민메신저"라고?
카카오톡.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메신저라 불린다. 거의 모든 한국인의 스마트폰에 하나쯤은 설치돼 있는 앱. 심지어 문자보다도 많이 쓰이고, 다양한 기능 추가로 한국인들의 스마트 라이프의 중심에 있는 앱.
하지만 의외로 IT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카카오톡을 많이 쓰지 않는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는 카카오톡으로 주로 대화하지만, IT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과는 아이메시지, 페이스북 메신저 등 다른 서비스를 사용한다. 왜일까?
카카오톡은 메신저 자체로만 보면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면모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한 2010년 이후로 메신저 시장은 많이 바뀌었지만, 카카오톡은 옛날 방식의 기능들을 2017년에 와서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고, 아직 추가하지 않은 기능들도 많다. 카카오가 이 피드백(?)을 달게 받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써본다.
2017년이 됐지만, 카카오톡은 아직도 태블릿 버전이 없다. 아이패드에서나 안드로이드에서나 폰 버전을 쫙 늘린 버전을 써야 하고, 심지어 스마트폰 버전은 전화번호로 로그인을 하기 때문에 만약에 태블릿으로 로그인을 하면 스마트폰에서는 카카오톡을 동시에 못 쓰게 된다.
단순히 “우리나라에서는 태블릿을 잘 안 쓰니까…”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메신저는 다 태블릿 버전이 있는데 카카오톡만 없는 건 의아할 수밖에 없다. 특히 PC/맥 버전은 있는데 왜 태블릿 버전은 없는 것인가. 하다못해 역시 태블릿 앱이 없지만 웹 버전은 있는 왓츠앱처럼 최소한 비상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게라도 해주면 어떨까.
이 문제에 대해서 카카오 쪽과 얘기했을 때, “고민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고민 중’인 게 실제로 이루어질 확률을 생각해보면. (…)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려면 전화번호로 로그인을 해야 한다. 이건 처음에 왓츠앱이 썼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추가하면 카카오톡 연락처에도 자동으로 추가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면에서는 최악이긴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고, 이들이 이 스마트폰에서 모두 카카오톡을 쓰려면 각자 따로따로 계정을 만들어서 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PC/맥 버전이 나오고, 카카오톡에 기능이 계속 추가되면서 전화번호만으로는 계정 관리가 어려웠는지 카카오 계정이 따로 생겨났지만, 아직도 카카오톡을 스마트폰에 처음 설치하면 뜨는 것은 “네 전화번호를 달라” 화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메인 폰에 쓰는 번호를 입력하면? 중복이라며 이미 연결돼 있는 메인 폰을 끊겠냐고 물어본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 쓰는 스마트폰과 미국에서 쓰는 스마트폰이 따로 있는 유학생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나는 문제인데, 그래서 미국에 있을 때 쓰는 계정과 한국에 있을 때 쓰는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쓰는 폰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나는 미국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의 카카오톡에 자동 추가가 되지 않아서 카카오톡 아이디를 따로 알려줘야 한다.
그냥 카카오톡을 처음 설치할 때 카카오 계정 로그인으로 시작하면 안 되는 것일까… 란 생각이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의 카카오 계정에서 카카오톡 아이디와 여기에 연동된 전화번호를 모두 관리해줄 수 있는 기능을 넣는 건 어떨까?
난 현재 두 대의 맥을 운용하고 있다. 더기어를 다녔을 때는 세 대이기도 했는데, 집에 있는 아이맥은 보통 재우지 않고 켜놓은 상태로 나온다. 뭔가 업로드를 걸어두거나, 혹여나 하는 상황에서는 원격으로 접속도 해야 하니까.
그런데, 집에서 나와서 맥북으로 카카오톡을 열면 위와 같은 스크린샷이 뜬다. 그리고 로그인을 클릭하면 아이맥에 있는 카카오톡은 강제로 로그아웃을 한다. 물론 어차피 한 번에 두 대의 PC에서 카카오톡을 동시에 쓸 일은 없긴 하지만, 로그아웃하고 다시 로그인하는 건 은근히 귀찮다. (기나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니까) 왜 이런 제한을 걸어둔 걸까? 어도비 CC 제품군은 라이선스 문제가 있어서 역시 제한을 걸긴 하지만, 최소한 걔는 최대 두 대인데.
역시 카카오와 이 문제를 얘기했을 때, 더 많은 PC/맥에서 로그인할 수 있게 하는 걸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리라 믿는다.
옛날에 트위터는 애플이 이벤트를 열기만 해도 서버가 죽곤 했었다. 물론 요즘은 (당시보다 상황이 더 어렵긴 하더라도) 웬만해서 서버가 죽는 일은 없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라인 등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이따금씩 서버가 죽는 일이 생각보다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1월 1일 0시. 물론 옛날에도 1월 1일로 넘어가면 문자가 안 보내지는 일이 있긴 했지만, 훨씬 서버의 확장성이 좋아야 할 카카오톡은 아직도 1월 1일이 되면 30분가량 문자를 못 보내는 일이 발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다.
물론 그 순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은 거라는 걸 알지만, 월별 기준 사용자(한 달에 한 번이라도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9,0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연례행사로 겪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2010년에 카카오톡이 처음으로 나온 버전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싹트고 있었던 안드로이드? 아니, 이미 국내에서도 잠시나마 스마트폰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던 iOS였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5개월 뒤에 출시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드로이드 버전의 업데이트가 훨씬 빠른 편이다. 기능 추가도 먼저 받는 편이며, 관련 공지마다 “iOS 버전은 추후에 업데이트됩니다”라는 글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옛날에 iOS 7이 나왔을 때는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버전(4.x)이 나오기까지 무려 5개월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이미 안드로이드용 4.x는 배포된 지 한참 후였다) 아이폰 6가 나왔을 때 새로운 해상도를 적용하는 것도 2~3개월은 걸렸다. 얼마나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카카오가 애플 워치를 국내에 발매되기 전에도 지원한다 했을 때 놀랐을 정도였다. (물론 그 앱이 쓸모가 있었냐는... 읍읍)
물론,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가 훨씬 점유율이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우선인 점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소셜 네트워크 기업들은 OS 차이로 오는 문제가 아니면 웬만해선 두 버전을 동시에 업데이트하는데, 카카오의 이런 행보는 많이 아쉽다.
아 그리고 이건 카카오톡 얘기는 아니지만… 안드로이드용은 나온 지 5개월이 다 돼 가는 카카오맵의 iOS 버전은 왜 아직도 감감무소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