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보는 이유

지난해 KBO리그에서 '9회 2사 만루'는 총 81타석 있었다.

by 페넌트레이스

스포츠부에 있던 적이 있다. 나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스포츠 팬들의 뜨거운 팬심에 놀랄 때가 많았다. '선수들은 그저 돈 벌려고 뛰는 건데 왜 저렇게까지 좋아하지?', '선수가 무언가를 성취해도 자기들한테 돌아가는 것은 없잖아?', '스포츠도 그냥 하나의 사업일 뿐이잖아?' 하는 불경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세계에 발을 디뎌보니 밖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혹시 주변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열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 글이 조금은 도움 될 수 있다.

인생은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고, 그래서 우리는 한없이 불안하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기나긴 시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정직하고 착하게 살더라도 비정한 삶은 우리를 철저하게 외면하기도 한다. 동화와 다르게 현실에선 노력이 배신당하고 꼼수와 반칙이 횡행한다. 그래서 스포츠가 탄생했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공정과 정직의 가치를 확인받을 수 있다. 스포츠에 있는 '드라마'를 통해서다.

스포츠는 현실과 달리 제한된 시공간과 공정한 규칙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순간이 자주 연출될 수 있다. 일례로 작년 한 해 KBO리그에서 '9회 2사 만루' 때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총 81명(중복 포함)이다. 한 타석 이상 섰던 타자가 총 282명인 것을 고려하면 1년에 3.48명 중 1명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그중 몇 명은 결승타 혹은 홈런을 때려 팬들의 환호와 눈물을 끌어낸다.

즉 우리가 스포츠를 발명해내고 거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생에서 찾고 싶은, 그러나 찾기 힘든 무언가를 그 속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고난을 이겨낸 선수에게 열광하는 것은 우리의 삶도 언젠가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포기하지 않는 선수에게 보내는 박수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어긴 선수를 향한 분노는 차별과 부조리가 넘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현실 도피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삶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비정하고 매서운 현실은 그대로여도 또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스포츠를 단순히 한가한 놀이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러니 주변의 누군가가 스포츠에 열광하고 있다면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주자. '인생을 스포츠처럼 멋있게 살고 싶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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