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와 영아 살해
흔히 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 성립되는 죄도 있다. 조금 어려운 말로 '부작위'(不作爲)라고 한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상황이 생긴다는 것인데 그만큼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멀티버스'로 가서 '내가 그 행동을 했을 때의 지구-a'를 보고 올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부작위는 많은 사람의 책임 회피처가 된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번거롭고 복잡해 보이면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 나중에 갖다 붙일 핑계야 만들면 그만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떠오른다.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는 이민 인구가 전체 10%로 이웃 나라 독일(16%)보다 적은 데도 이민자 소요 사태는 더 빈번하고 격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문제는 이민자를 동화 대상으로 바라보는 프랑스 정책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랑스의 '공화주의적 동화 정책'은 이민자들이 기존의 이질적인 문화를 버리고 진정한 '프랑스인'이 될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애초부터 사회적 갈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도 관련 논문에서 "(이질적인 문화로 동화에 어려움을 겪은)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모여 살면서 가계 소득도 낮고 실업률은 훨씬 높은 소외된 생활을 해왔다"며 "겉으로 (이민자를) 사회에 통합시키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차별을 없애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프랑스 동화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팔짱을 낀 채 '여기 살고 싶으면 너희 존재 방식을 바꿔'라고 말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러나 정책적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적 화합을 끌어내지 않는 '부작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쪽은 수십년간 갈등과 소요에 시달리는 프랑스일 뿐이다.
최근 한국 경찰이 전국적인 수사에 나선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8년간 영·유아 2천여 명의 출생 신고 누락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어쩌다' 드러났고,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20여명에 대한 표본 조사에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그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수는 나날이 늘어 7월 6일 기준 780건에 달한다.
많은 생명이 빛을 보자마자 조용히 사라져온 이 끔찍한 현실은 우리 사회 함께 자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다. 영아 살해는 과거부터 꾸준히 벌어졌지만, 정부와 국회, 언론 모두 제도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에는 눈을 감았다. 이달 초 국회에서 통과된 출생통보제 법안도 오랫동안 병원과 정부의 논리 싸움에 밀려왔다. 이제야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상황을 보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임신중절 사각지대가 4년째 방치되는 현실도 한숨이 나온다. 낙태죄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폐지됐지만, 4년 넘게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병원이 수술을 거부하기도 하고 '먹는 낙태약'도 관련 법 부재로 유통 자체가 불법인 상태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과연 영아 살해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산모에게만 손가락질해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