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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단 한 번이면 돼. 취업이란.

취업준비생, 아름다운 청춘들의 치열한 이야기

그런 날이 있다. 준비하고 기대했던 일들이 꼬이고 망가지는 날이 있다. 한마디로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나에게 오늘이 그렇다. 


아침 일찍부터 날아온 스팸문자 알림 소리에 달콤한 아침 잠에서 억지로 깨어났다. 10분만 더 잤더라면 좋았을 텐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활짝 열어 놓은 창가에 두 다리를 턱 하니 올려 놓고 창 밖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늘 맛있다. 하루 일과를 구상하고 계획하는 내 오랜 습관이자 가장 평화롭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 평화는 한 통의 전화 때문에 깨지고 말았다. 


"선생님, 학교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이번 주 금요일 강의를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학교 사정이 먼저죠. 일정이 다시 잡히면 연락 주세요."


지방의 한 학교에서 요청했던 취업 관련 강의 일정이 취소되었다. 그 강의를 위해서 미루었던 주말 가족여행 역시 난감해졌다.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 뜯고 있는데 다른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선생님, 저번에 말씀드린 팟캐스트 녹음이 오늘이었죠? 오늘 어떻게 일정은 괜찮으신 거죠?"

"네, 그렇습니다. 오후에 사무실로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 어쩌죠?, 제가 오늘 갑자기 중요한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책을 집필하면서부터 약속했던 팟캐스트 첫 녹음 약속도 그렇게 어그러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슨 마가 끼인 것 같다. 아웃룩을 열어서 취소된 일정을 선택하고 삭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오늘 일정표에 일정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며칠 전에, 면접 연습을 같이 한 학생이 지원했던 공기업의 최종 합격 발표일이 바로 오늘이다. 대학원에서 정보통신보안쪽을 전공한 32살의 '돌아온 취업준비생'이다. 졸업 후, 2년 정도 제법 규모가 있는 IT 회사에서 개발자와 서버 관리자로 근무했지만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고서는 대책 없이 회사를 관두었다. 공기업 취업을 선택했지만 벌써 1년 여가 다 지나갈 때까지 취업준비생이다. 


상반기에 책 원고 마무리 단계에서, 내가 개발한 자기소개서 작성기법을 직접 설명해주고 피드백을 받고 싶은 욕심에 개최했던 '자기소개서 끝내기 워크숍'에 1기로 참여했던 학생이다. 워크숍 이후에 점점 자기소개서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올해 지원했던 공기업 중에서 서류전형을 4군데 합격하고도 계속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면접 일정이  잡히자마자 바로 나를 찾아 왔다. 


공기업 면접 과정 중에서 나올만한 면접 질문은 거의 정해져 있다. 준비해 놓은 인성면접 질문과 전공면접 질문을 가지고 면접 연습을 시작했다. 녹화된 면접 장면을 되돌려 보면서 자세와 태도를 바꾸고 답변 내용을 가다듬었다. 이틀 동안, 6시간 동안의 강행군이었다. 


"그렇게 연습했는데.., 면접을 보고 나서 연습했던 질문도 많이 나오고 답변도 잘했다는데.., 설마.."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 본다. 그 회사의 홈페이지를 띄어 놓고 계속 F5 키를 누르고 있다. 오후에도 일이 통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나도 그랬잖아. 결재가 늦어져 6시가 넘어서야 올릴 거야. "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져 있다.  


기다렸던 핸드폰 문자 알림이 울린다. 황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선생님. 안 됐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겠네요. ㅎㅎ "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학생의 낙담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내가 워크숍 때 해주었던 말 혹시 생각나요?"

"네?"

"딱 한 번이면 된다는 말요. 아무리 백번을 떨어져도 취업이란 단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말요."

"아~ 네. 선생님."

"오늘은 힘들겠지만 소주 한 잔 마시고 일찍 자요. 내일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게요."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활달한 목소리로 "단 한 번이면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 역시 무겁기만 하다. 얼마나 아플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도로 무거워진다. 도대체 뭐가 부족했던 걸까? 고개를 푹 숙이고 터벅터벅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집으로 향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웬 아가씨가 내 소매를 붙잡는다. 어리둥절한 나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얼굴에 정말 좋은 기운이 서려 있는 것 아세요?"

"휴~, 좋은 기운요? 저 오늘 정말 기분 안 좋습니다. 그냥 가던 길 가세요."


오늘은 정말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그 학생도 분명, 오늘 일진이 나빴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날, 좋은 소식만 들려 오는 날, 기다렸던 최종 합격소식을 듣는 날, 그렇게 정말 일진이 좋은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런 날이 단 하루면 된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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