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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확 사표내고 공기업 준비해?

신의 직장, 공기업 들어가기

며칠 전에 한 여학생이 공기업 자기소개서 첨삭과 상담을 요청했다. 늦은 시간을 고집하길래 직장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나이가 제법 있는 직장인이었다. 서울 명문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국내 대그룹에 입사하여 3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는 있는 여학생이었다. 회사이름을 밝히기를 주저하는 그 여학생의 사정이 궁금해졌다.


자신의 전공에 맞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실제 근무부서는 전공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부서였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성과도 만들어 냈지만 문제는 그 기업의 조직문화였다. 자신의 일을 아무리 잘 해도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 대한 열정이 없는 직원으로 평가받기 십상이다. 결국 다른 동기들은 이번에 승진을 했지만 자신은 승진에 누락되었다. 그러면서 대학시절 잠시 꿈꾸었던 공기업 취업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것은 녹녹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NCS 능력중심 채용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일정 수준의 토익을 가지고 있어야 지원이 자유롭다. 그런데 토익점수는 이미 만료가 되었다. 공기업 채용에서 필수 자격증으로 불리는 컴퓨터활용능력, 한국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전공관련 자격증도 없는 상태이다. 단지 유리한 점이라면 민간 대기업에서의 경력을 좋아해 줄 것이라는 점뿐이다.


오래되었지만 예전에 인적성 필기 공부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밤늦게 사무실에 혼자서, 주말에 공기업 채용정보를 찾으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공기업 지원을 한다는 것이 눈치도 보이고 힘들기만 한 상황이었다.


우선 지원해야 할 공기업을 선택하는 요령에 대해 말해 주었다. 자신의 전공에 맞는 공기업을 선택하되 지금까지 경력을 쌓은 분야의 직무로 지원하는 방법을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하고 기계적인 서류전형이 되기 쉬운 큰 공기업보다는 작은 공기업을 중심으로 찾아보기를 권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다니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공기업 준비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지원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함께 했다.




학생들 취업상담을 하다 보면 일이 너무 힘들어서, 꼭 공기업에 가고 싶어서, 적성에 맞질 않아서 등의 이유로 직장을 무작정 관두고 공기업 취업준비에 뛰어든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돌아온 취업준비생, 그 학생들은 생각보다 심각한 취업난과 치열한 취업경쟁 그리고 늦은 나이에 힘들어하곤 한다. 게다가 그동안 모아 놓았던 돈이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퇴직하신 아버지께 용돈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면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조급해하고 쫓기며 하루하루를 힘들어한다. 분명 꿈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했는데 현실은 너무나 힘든 상황에 닥치는 경우이다.


실제 좋은 경력을 가진 여학생 한 명도 이렇게 조급한 마음에 공기업 취업을 단념하고 다시 전에 일했던 분야와 유사한 직장에 입사했다. 그 여학생은 새로운 직장에서도 공기업 취업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나하고 약속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잘 알기에 안쓰럽기만 했다.


그래서 직장을 관두고 공기업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학생들에게 대부분 나는 말리는 편이다. 이런 현실이 닥쳐올 것이란 점을 알려주고, 공기업 취업만을 준비해온 친구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 여학생에게는 왠지 어서 빨리 직장을 관두고 공기업 취업준비에 집중하라고 권해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우선 그 여학생이 경제적으로 1년 정도는 부담 없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직장에 아무런 애정이 없어서 하루하루 말라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1년 정도만 열심히 준비한다면 충분히 필기를 통과할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공기업의 채용규모가 크게 늘었고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라 공기업 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앞서 이야기한 여학생처럼 결국 공기업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학생이 있었다면, 반대로 3년 동안 꿋꿋하게 한 공기업만 노려서 합격한 학생도 있다. 직장을 관두고 나와 1년 동안 너무 막막해 마을버스 기사를 하겠다고 대형운전면허를 땄던 34살의 한 친구 역시 지방 공기업에 입사해 넓은 잔디밭에서 햇볕을 즐기며 행복해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공기업 직원의 30% 이상은 이렇게 좋은 직장을 관두고 나와 새로운 꿈을 좇아 기어이 공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오늘도 많은 직장에서, 사무실에서 누군가 분명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에이, 오늘 확 사표를 내고 공기업을 시작해?"


그런 직장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래, 좋은 선택이야. 하지만 지금 직장생활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어."


그 여학생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아직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에 적응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도전을 준비해 가는 그 여학생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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