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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홍은 May 21. 2021

글을 쓴다는 것

글이 주는 힘



꿈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겠어..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퇴사를 했다.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만연체로 설명해야 하는 목표이다. 퇴사까지 하고 하고 싶다는 일이 대체 뭔지 궁금해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설명을 해봤지만 듣고 나서도 머리에 확 와 닿지 않는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복합 문화공간이지, 근대 프랑스의 살롱(salon)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 단, 특권층과 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해 그들의 취미활동과 취향 개발에 보탬이 되고 싶어. 책과 카페를 결합한 북카페처럼, 나도 여가시간에 즐기는 취미나 내 취향의 재화들을 묶어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거지. 꼭 재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여러 클래스나 강연 행사도 주최하고 싶어. 이용자들끼리 교류하며 제3의 가치를 창출하는, 이용자 그들이 또 하나의 자산이 되는 그런 공간이면 좋을 것 같아."



 나는 대형서점보단 독립서점에 가면 책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된다. 보유 서적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내가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자본이 아닌 중소상인을 보호하자는 마음에 웬만하면 독립서점에서 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미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큐레이팅이 된 책들이기에, 한번 단골이 되면 그곳은 믿고 방문해 서적을 구매하는 곳이 되는 거다. 나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특정 부류의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주로 우리가 여가시간에 즐기는 재화나 서비스를, 기획자의 취향을 반영해 선별하여 제공하고 싶다. 



제주의 한 독립서점 [나이롱책방]



 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 것이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목표를 위한 방법이 모호했다.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대 진학 후 국가고시를, 교사가 꿈이면 임용고시를 본다. 목표를 위한 길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비 제도권의 소수자(minor)의 길을 걷자니 목표를 향한 길이 정말 묘연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 상태에서 무작정 퇴사를 하다니, 무모하지 않냐고 혹자는 말한다. 동의하는 바다. 무모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실에 안주할까봐 두려웠다. 힘들겠지만 벼랑 끝에 몰려야 추진력을 얻을 것 같았다. 그렇게 벼랑 끝에 뛰어내려 보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목표지점이 있어 하강은 했는데, 착륙하는 법을 모른 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목표한 지점이 아닌, 엄한 곳으로 떨어져 버리면 어쩌나 불안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다.



 우연히 한 심리학자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분석해놓은 영상을 봤다.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사실(fact)의 결핍으로 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불안은 사실로 해소해야 하므로, 상황(=사실)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계획을 세우란 것이다. 당장 장기적인 계획이 힘들면 내일이나 앞으로 일주일의 계획부터 시작하라고 추천한다.


 이 영상을 통해 내 불안함의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고, 아직 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고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의 방향과 일치하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었다. 처음엔 일기 쓰기부터 시작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인상적인 날이나 순간에 종종 썼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글은 생각들을 풀고 정리하기에 적합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기록을 통해 그 시간을 추억하고, 미래에 참고하기도 하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브런치에서 목표는 다르지만 원하는 삶을 해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의 경험담이 담긴 글들을 읽었다. 내 얘기를 공개하는 부분에 있어 주저하던 나였지만, 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한 계기였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용기를 주는 글이 멋있었다. 나 또한 비 제도권의 직업을 꿈꾸는 소수자(minor)이기에 느낀 막연함과 고충을 다음 사람은 조금은 덜 느꼈으면 좋겠다 싶었다. 브런치 작가 선정되기를 새해 목표로 정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기 외에는 글을 전혀 써본 적 없던 내게 브런치 작가 되기란 목표는 멀게만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일기와 비슷하게 느린 페이스로 글을 쓰던 중 한달어스라는 30일 실천 지원 커뮤니티 광고를 발견했다. 하루 약 2,500원 정도의 투자로 매일 글 쓰는 습관과, 동료와 같은 목표로 글을 쓰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최소한 매일 글 쓰는 습관이라도 가져보자는 마음에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3주째 매일 글을 쓰니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꿈에 관해서도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여러 문장에 걸쳐 설명해야 한단 점은 여전하지만, 계획을 세우기 용이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있는 것을 구분하니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이 보였다. 계획이 생기니 불안한 마음도 줄고 점차 여유를 찾고 있다.






 매일 쓰는 글은 나에게 자신감을 준다. 용기와 무모함으로 새로운 출발에 뛰어든 나에게 방향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늘 생기기 마련이고, 거기서 고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다 보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돼 어떤 고민이던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혹시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글을 써보길 추천한다. 꼭 공개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 앞에 내놓고 말고는 뒷단의 문제이다. 정리된 후에 준비가 되면 내놓거나, 아님 말거나 하면 된다.


 어딘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글이 주는 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담을 이만 줄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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