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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Oct 14. 2021

보고 싶은 사람

우린 살면서 그리움을 갖고 살아갑니다.




어릴적 땅따먹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를 했던 옆집 아이.

중학교때 교생실습을 왔던 잘생긴 대학생 오빠.

말썽만 부리던 우리들을 딸이라 칭하며 한사람, 한사람의 환경을 체크하던 고등학교 선생님...

신입생 환영때 "흑기사"를 자청하며 내 대신 술을 마셔주던 선배...

우리에겐 누구나 추억이 있습니다.

과거에 갖고 있던 기억의 조각을 우린 추억(追憶)이라 칭하며 가끔씩 꺼내 한 조각, 한 조각을 기억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에 기대어 살기도 합니다.

"내가 니 나이 때는 말야.~"

"내가 니 나이 때는 날아다녔지.'

"지금이 군대냐. 지금 군대는 군대도 아니야."

"나는 그때 거리를 걸어 다니질 못했어. 전화번호 물어보는 이가 많아서."

.

.

.

.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엔 뒤돌아 보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쉬어보니,

내가 왔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그걸 추억이라 하는가 봅니다.


이제껏 살아왔던 시간과 함께 했던 그때의 나,

울고 웃던 그때의 나.


두서없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련이였습니다. 추억을 되짚어 보니 미련이 남는건 그때의 내가 용기를 내지 못했던 행동과 말...

'내가 그때 용기를 내 고백을 했다면 어땠을까...'

'안정적인 것보다 그래도 모험 한번 해보지뭐...'

'돌아가실 줄 모르고 부모님에게 했던 모진 말...'

'그때 이 남자(여자) 말고 다른 남자(여자)를 선택할걸...'


추억에 빗대어 나온 행동과 말은 어찌 그렇게

다 후회처럼 들릴까요...


보고 싶다는 건 지금 보지 못한다는 거겠지요?

그래서 추억에 기대어 생각을 하는 건가 봅니다.

내 한 시대 한 시대와 함께 했던 이들을 다시금 떠올려 볼때,

나는 과연 잘 살았나.

누구에게 서운하게 하지 않았나.

미움받지는 않았나.

.

.

.



땅따먹기, 고무줄놀이를 같이 했던 코 흘리게 아이들도 지금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고,

보면 가슴 설레이던 교생 선생님도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겠고,

제자 하나하나를 가슴에 담던 담임 선생님도 건강히 계셨으면 좋겠고,

그때는 멋있게 보였던 내 술을 다 마셔줬던 선배도 가정을 이뤄 잘 살겠지요...



지금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나를 보고 싶어 할까...

아주 조그만 조각 하나 가슴에 붙여두는 작은 추억,

그 조각조각을 하나, 둘 꺼내 보내며 드는 아련한 생각...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


내 이름이 만방에 떨쳤으면 좋겠습니다.

추억 속에 그들이 내 이름을 듣고 다시금 추억의 그 시절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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