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봉선 Oct 06. 2021

기억의 저편 '레테의 강'





그리스 신화에는 사람이 죽으면 5개의 강을 건넌다고 합니다.

-아케론(Acheron)/ 슬픔, 비통

-코키투스(cocytus)/탄식, 비탄

-플레게톤(Phegethon)/불

-레테(Lethe)/망각

-스틱스(Styx)/증오


그중에 하나 '레테'의 강...

그 강의 물을 마시면 살았던 생의 모든 기억을 잃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억을 잃은 채 하데스의 저승으로 갑니다.


티벳의 '사자의 서'에서도 사람이 죽으면 밝은 빛에 이끌려 터널 같은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때 살았던 모든 기억을 잃고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100년을 사는 인간이 갖고 있는 기억은 얼마나 많을까...

그 모든 기억을 지워 버린다면...

내가 죽어 그동안 살았던 기억을 잃는다?'


잘 살았던, 잘 못살았던 내 자취며 내 시간며 내 행동인데...


불교에서 '환생'은

사람이 죽으면 동물이나, 사람으로 수레바퀴 처럼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설'이 있습니다.

그렇게 환생할 때 전생의 기억을 갖고 태어나는 이도 있습니다.

또 전생의 표식을 갖고 태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환생설이 동양에만 있을까.

서양에서도 간간히 미스터리라며 매스컴에 나오기도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세상 살면서 아웅다웅, 어디 좋은 일만 있었겠습니까...

그 많은 겪고를 겪으며, 인내를 갖고 살아온 세월에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기억을 지워 버린다니...

너무 억울한 건 아닐까요?

세상의 많은 어려움을 눈물 나게 이겨내 겨우 겨우 살았는데...


커다란 도화지에 이곳저곳,

몇십년에 걸쳐 내가 살았던 일화와, 그 일화에 감정을 그려 꽉 차게 그렸는데,

지우개로 한번에 그 모든걸 지워 버린다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가끔 기억이 잘 나지 않을때가 있습니다.

'0월 0일에 뭘 했지?'

'언제였지?'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

'핸드폰이 어디 있지?'

단기간의 기억이 생각 나지 않을 때도 답답합니다.


망각의 강물을 마시지 않았는데,

나이라는 세월에 기억이 하나, 둘 지워지는건 어쩔수 없듯이

한 세상 살다가는 길 그 많은 기억을 갖고 간다면 얼마나 무거울까요.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서 가는길 그 고통이라도, 미련이라도 없게 가라는 신의 뜻이 아닐까요.



사람은 살면서 동글동글하게 살진 않습니다.

모난 곳이 있어 패이기도 하고, 부러지기도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반듯한 네모를 채우고 태어나는 이는 없습니다.

흰 도화지에 하나, 둘 내 삶을 채워 그려 나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동그라마가 있으면, 네모가 있어야 하고, 세모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큰 도화지를 꽉 채울수 있습니다.

오늘이 동그라미였다면,

내일은 네모가 될수 있으며,

모레는 세모도 될수 있습니다.


죽어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큰 도화지를 다 채웠기에 기억을 잃는 것이 아닐까요.

빈틈을 못채운 이는 미련이 남듯이

도화지를 꽉 채워 미련 없이 죽어 저승으로 가려면 정말 열심히 동그라미도 그리고,

네모도 그리고, 세모도 그려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