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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Sep 24. 2021

나이를 먹는다는 건, 시간이 흐른다는 것.






한번 쏘아 올린 화살은 막을 수는 없다.


시간은 젊었을 때는 천천히 가는것 같더니,

나이가 드니 시간은 왜그리 빠르게 갈까.


바쁘게 살때는 몰랐다.

하루하루 거울을 봐도 인지 할수 없었다.

가는 시간, 세월을 붙잡고 싶지도 않았다.


어른들의 말씀,

'니 나이 때가 좋을 때다.'

자신이 갖고, 누리는 행복을 고마운 줄 모르고 누리며 당연하듯이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 거기에는 내가 서 있지 않았다.

어느새 변해버린 내가 아닌, 내가 있었다.

검고 찰랑거리던 머리는 흰머리가 곳곳에 있었고,

티 하나, 청바지만 입고 있어도 멋스럽던 나는 배불뚝이처럼 배가 나와 있었다.

그 배를 감추려 헐렁한 티와 고무줄 바지만 있는 옷장을 발견했다.

중력을 거스리지 못해 얼굴은 밑으로 흘르고 팔자주름도 도드라져 있었다.


'아....'탄식이 나왔다.

자신을 가꿀줄 모르는 내가 안타까웠고, 긴장하지 못한 내 자신을 나무랐다.

방송에서 40~50대 여인이 자신과 싸워 살을 뺐다며 운동을 소개할 때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겠지, 않을 거야...


나이가 있으니 한끼를 굶어도 뱃가죽이 들러붙듯이 허기가 졌고,

예전엔 2~3일만 관리하듯이 운동하고 식단 조절만 해도 2kg은 쉽게 빠졌는데,

3일을 관리해도 체중은 그대로였다.

'아....'또 탄식이 나왔다.

내가 놓친건 나이든 내가 아니었다.


tv를 보다 '인간 극장'을 우연하게 보게 됐다.

몇년전것을 재방송하는 듯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는 97세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내 나이가 어때서'

97세 할아버지는 정정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계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운동을 하셨고,

활터에서 활을 쏘신다.

대회도 나가실 만큼 정정하시다.

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는 3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사셨다.

자식들 고생시킨다 하시며, 혼자 옷도 골라 입으시고 밥도 차려 드신다.

자식들은 날짜를 정해 방문한다.

반찬도 해서 놓고, 할아버지가 필요한 물건을 사다 놓기도 한다.

날짜가 아니여도 아들들은 활터에, 집에 자주 드나들며 아버지의 건강을 살핀다.

나이가 들었다고 긴장을 놓고 마냥 앉아만 있으면 병이 난다며 활터에 자주 방문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대화도 하시고 독립운동을 했던 장모님 박물관도 작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시는 분이셨다.

제목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


살다 보면 '인정(認定)'하며 사는게 쉽지는 않다.

나이가 들어감에 피부가 쳐지는 거 -

기운이 예전처럼 팔팔하지 않은 거 - 

한끼만 굶어도 쓰러질거 같다는 거 - 

비오기 전부터 여기저기 쑤시는 거 - 

.

.

.

.

.

그러므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거 - 인정.


하루하루 같은 날인거 같지만,

그 하루하루는 같은 날이 없었다.

산 세월로 내 얼굴의 관상이 바뀐다는 말처럼.

지금의 내 모습은 그동안 살아온 도장과 같다.

흰머리가 나도록 염색할 새도 없었고,

활동력 있게 왔다 갔다 하며 일해야 하다 보니 밥을 많이 먹어야 하고

딱 붙는 티 보다는 헐렁한 티에 고무줄 바지를 선호했고, 거울을 볼,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세월의 시간 흐름은 누구도 막을수 없다.

1초가 1분이 되고, 60분이 1시간이 되며, 1시간이 24시간으로 하루가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1년, 10년, 20년......


젊고 이쁘지는 않지만, 힘이 팔팔해서 쌀가마 번쩍번쩍 들지는 못해도,

비가 오기도 전에 여기저기 아파도, 중력을 이기려 하지 않아 피부가 쳐져도,

그렇게 나로 살아간다.


잘 다듬고, 정성 들인 화살은 활시위를 떠나 멀리 날아간다.

화살은 멀리, 목표물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다듬는 것이다.

우린 화살처럼 인생을 살아간다. 멀리 있는 목표를 위해서 날아간다.

가까울 수도 멀리 있을 수도 있지만,

과녁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기 위해 화살을 다듬고, 다듬는다.




그렇게 살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 인정.












거울은 자신을 보여줍니다.

거울 속에 서 있는 나는 세상에서 좋은 사람일까요?

부모님에게 착한 아들, 딸이었을까요?

남편에게 좋은 남편, 부인이었을까요?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였을까요?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은 웃고 있을까요? 인상을 쓰고 있을까요?


지금 그 모습이 지금껏 살아온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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