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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Sep 14. 2021

갑상선 저하증으로산다는 건.





피검사와 초음파를 찍어본 결과 갑상선 저하증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약을 찾는다.

'신지로이드' 갑상선 저하증 약이다.


낯선 병명이었다.

그저 뉴스에서 보면 갑상선암이 우리나라에서 수술이 제일 많고,

다른 암에 비해 위험도도 그리 높지 않은 병이라 했다.

그런데, 그런 병이 나에게도 왔다.


목이 다른 사람보다 튀어나왔다며 검사해 보라는 말도 그냥 흘려보냈고,

걸어가다가도 갑자기 졸려 우스갯소리로 '기면증?' 이렇게 갑자기 피곤하다고?

많이 먹지도 않는데 하루하루 몸무게는 늘어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푸석 푸석할 정도로 온 몸은 부어 있었다.

그래도 '피곤해서 그런가?'였다.


어느날 친언니의 검사를 따라갔다 초음파 영상을 찍는 분이 '언니보다 동생분이 찍으셔야 할거 같은데요?'

라는 말에 접수를 하고 영상을 찍었다.

혹이 발견됐다.

피검사를 하며 결과를 기다렸더니...

'갑상선 저하증'

약을 먹으면 좋아질수 있다는 말과,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말중 어느 말을 믿어야 할까...


10년째 난 약을 먹고 있다.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하며 수치를 본다.


'세상에 험한 것이 많아 이상한 병도 많이 걸린다.'는 어른들 말씀처럼

난 이상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에 갑상선 저하증, 항진증과 함께 싸우는 분들도 몇분 계신다.

'나 갑상선 저하증이래.' 하면/

'어? 나도 몇년 전에 그랬어.'

'나도 그래.'

'내 아는 분도 갑상선 저하증이래.'

그럼 아~ 위험한 병이 아니구나.

약 먹으면 좋아지겠지... 좋아지겠구나...


하지만,

좋아지는건 없다. 그냥 유지하는 것뿐...

요즘은 가끔가다 어지러울 때가 있고,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갑상선암에 부정맥이 존재할수 있다는 말에...

하...

'병이 병을 부르는구나.'


약하게 보면 약할 것이고, 강하다 생각하면 강하다 할 것이다.

별거 아닐거란 생각했던 병은 점점 다른 병을 부르며 내 몸에 존재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먹는 약이 별거 아닐거 같지만,

갑작스런 외출에 약을 놓고 오는 날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

많이 먹지 않지만, 입맛이 돌아 과식을 할때면 여지없이 체중계의 숫자는 슉슉 달라진다.

컴퓨터에 앉아 있다 갑자기 눈이 감기며 목이 꾸뻑 할때면, 앞에 놓였던 커피는 쓰러져 책상을 어지럽힌다.

그렇게 10년을 살았다.


약을 언제까지 먹을진 모르겠지만,

평생 함께해야 할수도 있다.

이 병과 함께 10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나니

'조절'이란 말로 나를 긴장시킨다.

더 먹고 싶지만 젓가락을 놓고,

피곤해서 그냥 눕고 싶어도 단 10분이라도 운동을 하고 있으며,

졸린 증상이 보이면 단 10분이라도 편안히 자려 침대에 눕는다.

병이 더이상 친구를 부르지 못하게 조절시킨다.


가족력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내 몸을 항상 건강하다고만 생각했기에 혼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혼나는 일이 지금은 작은 일이지만, 큰일이 될수 있고, 용서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용서받을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조절'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상에 아무리 흔한 병이라도 위험하지 않는 병은 없습니다.

병이 병을 친구로 데리고 올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친구, 큰 친구... 누굴 데리고 올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내 가족이, 누군가가 자신의 병명을 밝혔을 때,

'그거 흔한거 아냐?'라는 말로 상처 주지 마세요.

세상에 흔한 병(病)은 없습니다.

말주변이 없어 말하는 법을 모르겠고, 위로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저 따뜻한 눈빛에 손 한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아무리 작은 병이라도 가슴 한쪽에서는 불안함을 갖고 살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리미리 검진하는 것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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