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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Sep 29. 2022

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누구나 한번쯤 가을이면 이 노래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지고 더웠던 기운이 멀어지며, 선선한 바람이 불면 잊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누구나 간단한 생일카드나, 기념 카드는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조차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악필이거나, 낯간지러운 말을 쓰지 못하거나...


요즘은 종이에 볼펜으로 적는 것보다 자판으로 써 내려가는 게 더 편하고 빠르다고 한다.

물론 자판으로 써 내려가는 편지가 감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쓰는 것이고, 자신의 감정을 담아 손가락으로 치는 것이니...


하지만, 아직도 난

종이에 볼펜으로, 연필로 끄적거리며 메모하기를 좋아한다.

상황에 맞는 편지지를 고르며,

볼펜의 심이 0.5인지 0.7인지 1.0인지를 여기저기 써보며,

한 글자 정도 틀리면 화이트로 지우면 되지만, 한 줄을 잘못 쓰면 편지지가 교체되던가...

문장의 맥락을 바꿔야 하는,

불편한 편지지에 편지를 쓰는 게 좋다.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듯이 쓰거나,

사랑의 표현으로 절절히 내 감정을 표현하거나,

감사의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한 글자 한 글자에 감정을 담아. 천천히 써 내려가는 편지가 좋다.


봉투를 풀로 붙이기 전에 다시 한번 읽고,

또 한 번 읽어 오류가 있는지 맞춤법이 맞는지를 검사하고 잘 접어

비뚤어지지 않게 우표를 붙여 동네 빨간 우체통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설레였다.

언제 도착하는지,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모르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설레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답장이 일주일 만에 내 편지함에 있는 걸 보면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봉투를 뜯게 된다.

편지는 기다림의 설레임이 있다.


요즘처럼 택배로 보내면 다음날 도착하고, 실시간으로 지금 내가 보낸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송장번호 하나로 알수 있는 세상이고,

메일로 보내면 바로 알람에 어디서든 핸드폰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를 기본으로 한다.

식당을 가도 음식에 따라서 다르지만, 빠르게는 2분 안에도 음식이 나온다.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빨리빨리'를 외친다.

배달앱에선 정해진 시간에 음식이 도착하지 않고 1분이라도 늦을 거 같으면 바로 전화가 온다.

늦을 거 같은데 괜찮겠냐고...

그런 빨리빨리 가 우리 경제를 부흥시키고, 발전시켰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메말라가는 이해심이 아쉽다.

기다림의 인내가 아쉽다.



잠자기 전 감정에 휘감겨 몇 장이든 써 내려간 편지는

다음날 일어나 보면, 이건 너무 나갔네.

하며 부쳐야 할 편지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되어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말이 아닌 감정으로 표현하고,

해야 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타이밍을 보고 있을 때,

미안함을 갖고 있지만 썩~ 내키지 않아 자존심으로 피하고 있을 때,

입으로 내뱉는 것이 쑥스러워하지 못할 때...


작은 종이에 담긴 내 마음의 표현은 아름답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읽어 내려가며 손으로 다시 한번 감정으로 복습한다.


연예시절에 받은 편지를 아직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 장 한 장 그때의 감정으로 쓴 편지.

점점 더 익어가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편지...

그렇게 쌓여가는 사랑.


그 편지는 죽을 때까지 갖고 있게 된다.

살다 죽을 만큼 미워질 때도, 연예 때와 다르게 사람이 달라진 거 같을 때도

연애편지를 꺼내 읽어 내려가면

그 시절에 나에게 얼마나 잘했나...

얼마나 그리워했나.

우린 이렇게 사랑했구나...


간직할 수 있는 편지를 써서

감사의 마음,

사랑의 마음,

미안함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받는 사람은 꺼내 보고, 꺼내 보고 그렇게 가슴에 한 글자 한 글자를 간직할 것이다.



편지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흔하게 받는 이모티콘보다 쉽다.

바뀌는 핸드폰과 함께 사라지는 톡보다 쉽다.

그때그때의 빠르게 느끼는 감정도 중요하지만,

내재되어 있는 감정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며 천천히 지웠다 쓰다를 반복하며, 완성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떨까...



가을에 편지를 한번 써 본다.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되어,

서로의 감정을 생각하며


사랑합니다!


이 한 글자에 감동받을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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