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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봉선 Nov 12. 2022

사랑하지만 이해 못 하는 버릇






우린 누구나 버릇을 갖고 있다.


어떤 버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자 개성이 보이는 버릇이 있게 마련이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떨거나,

고개를 흔들거나,

코를 마시거나,


일렬로 말하자면 끝도 없게 마련다.


나는 어떤 버릇을 갖고 있나?


나도 모르는 행동을 한다.

인식하지 못하는 행동.


이런 행동들은 언제 내 안에서 나올까?


불안하거나, 심심하거나,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때...




징크스


-사물이나 현상, 사람에 대해 불길한 예감을 먼저 가지는 현상.


학창 시절 시험기간이면 머리를 감지 못했다. 손, 발톱도 깎지 못해 길게 길러 시험이 끝나야 개운하게 머리도 감도 손, 발톱도 깎을 수 있었다.

왠지 머리를 감게 되면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어뒀던 암기들이 다 사라질 거 같았다.

옛말에 손, 발톱은 밤에 깎으면 쥐가 물어가서 내 영혼을 가져간다는 말에 시험 볼 때까지 내 영혼을 꼭 붙들어 매려 지저분하고 불편해도 깎지 못했다.


면접을 보거나 시험을 볼 때,

'바나나,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진다.'

'죽 먹으면 죽 쑨다.'

혹시 깜박하고 먹었다간 불안하다.

'이걸 먹어서 내 시험을 망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징크스는 운동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첫발을 오른발, 왼발에 따라 그날 경기의 기운이 다르다는 선수.

경기에는 정해진 속옷 색깔을 입고 경기해야 실수가 없다는 선수.

주머니에 동전 3개를 넣고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

버스에 내릴 때 왼발인지, 오른발인지 정해서 내려야 하는 선수.

.

.

.

찾으려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경기에 이겨야 한다는, 점수를 잘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오는 버릇이다.


버릇과 징크스는 다르다.


버릇은 나 스스로가 일부러 만들어낸 행동이 아니지만,

징크스는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불운을 이기고자 하는 행동이다.  


나는 어떤 버릇을 갖고 있을까?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판단하기 어렵다.

주위에서

'너 00 버릇 있네.'라는 말을 하면, '내가?'라고 반문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습관처럼 내 몸에 붙어있는 행동...

그 버릇이 좋은 버릇이든, 나쁜 버릇이든 남이 볼 때 내 몸에서 나오는 행동을 얘기할 때 이미 나에게 버릇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상대가 내가 하는 행동을 한번 보고 버릇이라고 하겠나.


주위에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이가 있다.

시험 때가 되면 손톱은 바짝 깎여 있다. 보기에도 조금 더 하면 피가 날 거 같다.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는 게 아니라 이로 그 손톱을 물어뜯어 그 모양을 만든 것이다.

자기 자신도 안 좋은 버릇인걸 안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초초하거나 불안한 증세가 보이면 여지없이 손톱이 없다.

어떤 이는 눈을 깜빡깜빡하는 이도 있다.

자신은 그렇게 눈을 깜빡깜빡하는지 모른다. 상대가 볼 때 불편함이 있어 얘기하면 자신이 그때서야 눈을 깜빡이는 걸 알게 된다.


스스로가 그런 버릇이 있는 걸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게 아니다.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알면서도...


나도 어릴 적엔 눈을 깜빡이는 버릇이 있었다.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내 몸에서는 불안함을 느끼는지 눈을 깜빡거렸다.

스스로는 그런 버릇을 인지 못했는데,

가족이 친구가 한번, 두 번 얘기를 하게 되니 처음엔

'아~ 그래?'

그랬던 것이 반복적으로 얘기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책으로 왔다.

'보기 흉하니 고쳐!'

'병 있어?'

'그거 되게 안 좋은 버릇인데... 고치지 않네.'

그런 소리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자신도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나를 이상한 취급함에 오기도 나고 화도 났다.

물론 나을 위한 말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을 당하면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 된다.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 못하는 내 행동.

미운 행동이지만 버리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나를 통해서 나오는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고칠 수 있겠는가...

서서히, 자신 스스로가 인식하고 버릴 건 버리고, 간직할 건 간직하는 게 순리인 것을...


똑같이 내가 만든 버릇이고, 징크스인데

고칠 수 있으면 충분히 고쳐질 수 있다.

천천히 서서히 하면 된다. 남에게 자신의 버릇이 들켜질까 두려워 숨으면 안 된다.

자신의 버릇으로 '인간 승리'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안 좋은 버릇을 업그레이드시켜 나를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생각인 거 같다.










글을 려고 컴퓨터 앞에 있으면 립스틱을 바르며 글을 씁니다.

왠지 립스틱을 바르고 쓰면 늘어지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립스틱을 바릅니다.

맨 얼굴에 입술만 둥둥 떠다니고 있어도, 멍하니 있다가 거울을 보면 혈색이 있어 보여

'아직 살아 있구나.'를 느낍니다.

그럼 된 거 아닐까요?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가족이 외출하다 들어와 제 입술을 보며 한 마디씩 합니다.


"글 썼어?"


이건 버릇일까요?

징스크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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