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봉선 Jan 18. 2024

진실과 거짓의 차이



사람의 얼굴에선 거짓을 말할 때 표가 난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도,

조금만 틈은 발견되기 마련이다.


거짓을 밥 먹듯이 하는 이에게는 그 거짓이 진실처럼 느껴지에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


어릴 적 초등학교3학년인가.

그때는 한 반에 50명 60명의 학생이 있었다.

그중 한 작은 여자아이는 그 많은 아이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았다.

무슨 일인가 가만히 들어봤더니,


"우리 집에는 피아노도 있어."


"우리 집에는 일하는 아줌마도 있어."


그냥 흘려 들릴 얘기였지만,

아이들은 그 얘기에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따로 있었다.

그 아이의 차림새였다.

그때는 집에 피아노가 있던 집이 흔하지 않았고, 집안에 일하는 분이 따로 살림을 해주는 집도 그러했다.

근데, 그 아이의 차림새는 깔끔하지도 그 흔한 메이커 옷이나 신발도 없었다.


아이들의 관심은 그 아이집안이 아니라 그 아이의 거짓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저 00이네 집에 가본사람 있어?"


이렇게 그 아이는 타깃이 되어갔다.

하교시간이면 그 아이집을 가본다고 초대해 달라고 했지만, 아이는


"부모님이 집에 누구 들이지 말랬어."

"나 오늘 부모님이랑 약속 있어."


아이는 그 누구도 집으로 초대하길 거절했고, 아이들의 의심은 더 해갔다.


"야. 너 집에 피아노 있다는 말 거짓말이지!!"

"아냐. 진짜 있어!"

"그럼 오늘 너네 집 가자. 우리 가보자."

"........."


그러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하교시간에 그 아이 모르게 집으로 가는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그 아이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야! 너 왜 거짓말했어."

"......"

"너네 집 완전 꼬졌던데."

"와 하하하하"


아이들은 그 아이 책상을 가운데 두고서 한 마디씩 하며 놀리기에 바빴다.

선생님이 오시고야 다들 자리에 갔지만,

그 이후 그 아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반 아이들과 섞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이는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내세울 것이 없었고, 거짓말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생각은 집에 피아노가 있고, 일을 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있는 큰 집에 산다는 게 무기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면서 그런 거짓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아이들과 섞이지도 않고,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지금도 그 아이가 생각이 난다.

작은 여자아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체구, 항상 꼬랑지 머리를 묶고 다니는 아이...



그렇게 몇 년의 흐르고 이성으로 서로 사귀는 사람이 생길 나이가 되었을 적에(고2) 내 친한 친구가 울면서 전화가 왔다.

"00와 헤어졌어."

사귄 남자와 헤어졌다고 속상하다며 전화가 왔다.

남녀가 사귀다 헤어질 수 있지, 뭘 그렇게 힘들어하냐며 기운 내라고 이런저런 얘기하다 난 충격적인 얘길 들었다.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며 '진짜 이런 애들이 있어?'

애기인즉은

나 말고 다른 쪽 친한 친구한테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해 줬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스치듯 본 적이 있지만,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근데,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얼마뒤부터 남자친구의 태도가 이상해지고 연락이 뜸해지더니 헤어지자고 했단다.

내 친구는 많이 좋아해서 아팠지만, 남자가 제발 헤어져달라는 말에 그렇게 헤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친구는 충격적인걸 들었다.

자신의 친한 친구와 전 남자친구가 사귀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가 그 얘기를 다 해줬단다.

그들을 불러 어떻게 된 이야기냐고 물어보니,


남자친구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너무 자기 스타일이라 뺏고 싶었는데, 친한 친구라 어떻게 할 수 없었서 남자한테 자신이 얼마 있어 죽는 '시한부'라고 했단다. 그래서 한 달 있음 미국으로 가는데 그때까지만 나하고 같이 있을 수 있냐고 애원하며 울어 남자는 그 친구가 너무 불쌍해 울면서 그러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친구는 울면서 나에게 전화했고, 그 얘기에 난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했다.

"근데 그 00 진짜 시한부야? 어디 아파? 괜찮아 보이던데."

"아니 멀쩡해. 아프지 않아."

"근데 어떻게 시한부라고 한 달 있다 미국 간다고 거짓말을 해."

"한 달 정도면 사귀다가 뻥~이야. 이러면 괜찮을 줄 알았대."

"와 완전 미쳤~~~"


소설 속에서나 아님 개그, 아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왔던 이야기였다.

그게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고, 아니 그걸 또 믿는 그 남자도 웃겼다.

'아니 그걸 그냥 그렇게 믿어?'



자신의 욕심과 상황으로 인해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남을 속이는 거짓말...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서 그걸 꼭 가져야만 할까?

그 갖고 싶은걸 위해 이리저리 거짓말을 해 가면서,

아프다는 말이, 시한부로 이어지고, 한 달이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까지...

거짓말에 거짓말을 낳고,

오래가지 못할 행동과 말에 주위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희열이 많을까?

이 거짓말이 들통난다는 불안감이 많을까?

18살이면 어느 정도 인지는 있을 텐데....

그때 우리 친구들은 그 친구를 향해 '소설을 너무 읽어 소설의 주인공이 됐나 보다. 미친~~~'며 욕을 해댔다.



작은 체구의 꽁지머리에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등교를 했던 아이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으로 인해 아이들이 접근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우리 집은 돈이 많아, 피아노도 있고, 일 봐주시는 아줌마도 있어.'

(내가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건 집에 가난해서가 아니야.)

처음 시작했던 작은 거짓말이 그렇게 큰 거짓말쟁이로 자신을 만들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아이들과 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지금도 그 작은 아이가 생각나는 건 그때 그렇게 심한 상처를 받았던 아이는 지금은 그 상처를 잊고 잘 살고 있었으면 해서다.

철없는 아이들에 몰려 거짓말쟁이로 만들 때 그 아이의 표정을 봤고, 상처 받았다는 걸 안다.

그때의 상처가 그리 오래 남질 않았으면 해서다.


같은 거짓말인데,

누구는 저주를 퍼 주어도 아깝지 않고,

누구는 마음 한편이 아릿해 올까....























작가의 이전글 비가 내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