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집에 피아노가 있던 집이 흔하지 않았고, 집안에 일하는 분이 따로 살림을 해주는 집도 그러했다.
근데, 그 아이의 차림새는 깔끔하지도 그 흔한 메이커 옷이나 신발도 없었다.
아이들의 관심은 그 아이집안이 아니라 그 아이의 거짓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저 00이네 집에 가본사람 있어?"
이렇게 그 아이는 타깃이 되어갔다.
하교시간이면 그 아이집을 가본다고 초대해 달라고 했지만, 아이는
"부모님이 집에 누구 들이지 말랬어."
"나 오늘 부모님이랑 약속 있어."
아이는 그 누구도 집으로 초대하길 거절했고, 아이들의 의심은 더 해갔다.
"야. 너 집에 피아노 있다는 말 거짓말이지!!"
"아냐. 진짜 있어!"
"그럼 오늘 너네 집 가자. 우리 가보자."
"........."
그러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하교시간에 그 아이 모르게 집으로 가는 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그 아이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야! 너 왜 거짓말했어."
"......"
"너네 집 완전 꼬졌던데."
"와 하하하하"
아이들은 그 아이 책상을 가운데 두고서 한 마디씩 하며 놀리기에 바빴다.
선생님이 오시고야 다들 자리에 갔지만,
그 이후 그 아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반 아이들과 섞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이는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내세울 것이 없었고, 거짓말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생각은 집에 피아노가 있고, 일을 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있는 큰 집에 산다는 게 무기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면서 그런 거짓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아이들과 섞이지도 않고,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지금도 그 아이가 생각이 난다.
작은 여자아이.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체구, 항상 꼬랑지 머리를 묶고 다니는 아이...
그렇게 몇 년의 흐르고 이성으로 서로 사귀는 사람이 생길 나이가 되었을 적에(고2) 내 친한 친구가 울면서 전화가 왔다.
"00와 헤어졌어."
사귄 남자와 헤어졌다고 속상하다며 전화가 왔다.
남녀가 사귀다 헤어질 수 있지, 뭘 그렇게 힘들어하냐며 기운 내라고 이런저런 얘기하다 난 충격적인 얘길 들었다.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며 '진짜 이런 애들이 있어?'
애기인즉은
나 말고 다른 쪽 친한 친구한테 자신의 남자친구를 소개해 줬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스치듯 본 적이 있지만,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근데, 친구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얼마뒤부터 남자친구의 태도가 이상해지고 연락이 뜸해지더니 헤어지자고 했단다.
내 친구는 많이 좋아해서 아팠지만, 남자가 제발 헤어져달라는 말에 그렇게 헤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친구는 충격적인걸 들었다.
자신의 친한 친구와 전 남자친구가 사귀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가 그 얘기를 다 해줬단다.
그들을 불러 어떻게 된 이야기냐고 물어보니,
남자친구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너무 자기 스타일이라 뺏고 싶었는데, 친한 친구라 어떻게 할 수 없었서 남자한테 자신이 얼마 있어 죽는 '시한부'라고 했단다. 그래서 한 달 있음 미국으로 가는데 그때까지만 나하고 같이 있을 수 있냐고 애원하며 울어 남자는 그 친구가 너무 불쌍해 울면서 그러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친구는 울면서 나에게 전화했고, 그 얘기에 난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했다.
"근데 그 00 진짜 시한부야? 어디 아파? 괜찮아 보이던데."
"아니 멀쩡해. 아프지 않아."
"근데 어떻게 시한부라고 한 달 있다 미국 간다고 거짓말을 해."
"한 달 정도면 사귀다가 뻥~이야. 이러면 괜찮을 줄 알았대."
"와 완전 미쳤~~~"
소설 속에서나 아님 개그, 아니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왔던 이야기였다.
그게 현실에서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고, 아니 그걸 또 믿는 그 남자도 웃겼다.
'아니 그걸 그냥 그렇게 믿어?'
자신의 욕심과 상황으로 인해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남을 속이는 거짓말...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서 그걸 꼭 가져야만 할까?
그 갖고 싶은걸 위해 이리저리 거짓말을 해 가면서,
아프다는 말이, 시한부로 이어지고, 한 달이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까지...
거짓말에 거짓말을 낳고,
오래가지 못할 행동과 말에 주위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희열이 많을까?
이 거짓말이 들통난다는 불안감이 많을까?
18살이면 어느 정도 인지는 있을 텐데....
그때 우리 친구들은 그 친구를 향해 '소설을 너무 읽어 소설의 주인공이 됐나 보다. 미친~~~'며 욕을 해댔다.
작은 체구의 꽁지머리에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등교를 했던 아이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으로 인해 아이들이 접근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우리 집은 돈이 많아, 피아노도 있고, 일 봐주시는 아줌마도 있어.'
(내가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건 집에 가난해서가 아니야.)
처음 시작했던 작은 거짓말이 그렇게 큰 거짓말쟁이로 자신을 만들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아이들과 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지금도 그 작은 아이가 생각나는 건 그때 그렇게 심한 상처를 받았던 아이는 지금은 그 상처를 잊고 잘 살고 있었으면 해서다.
철없는 아이들에 몰려 거짓말쟁이로 만들 때 그 아이의 표정을 봤고, 상처 받았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