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

by 구봉선





내가 자라온 시간만큼, 성장하는 만큼,

부모님의 시간은 흘렀고, 나이가 드신다.


자식이 아프면 들쳐업고 이병원 저병원 헤매던 부모님이셨다.

장애 아동을 보살피는 어느 엄마의 인터뷰는

"내가 내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게 소원입니다."였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마음, '나 없이 저아이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

많은 생각을 포함하고 있는 말이었다.


93살에 할머니는 갑자기 쓰러지셨고,

해를 넘겨 5개월을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자식은 9남매.

지방에 사셨던 할머니는 주위 사는 자식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했다.

농사가 주된 삶이었던 삼촌과 이모는 날짜를 정해 하루하루 돌아가며 할머니를 간병하셨고, 서울사는 자식들은 가끔 병원을 방문했다.

간병이라고 3일에 한번정도 가는 일이라고 하지만 농사일이 그리 쉬운게 아니다. 새벽부터 움직여야하고 때가있어 그때를 놓치면 안되는게 농사다.

서울 자식들이 가끔 내려와 2~3일을 간병하고 돌아가기를 반복, 그렇게 5개월이 흘렀을 때, 9남매중 첫째인 엄마는 걱정을 하기 시작하셨다.

'자식들 저렇게 병원 왔다 갔다 하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서 2박을 할때,

할머니의 몸은 자력으로 움직일수 없었고, 드시는것도 약에 의존해 계셨다. 장구도 치시며 정정하셨던 할머니는 5개월 만에 눈만 껌뻑이는분이 되셨다.

큰 언니며, 큰 누나의 방문에 형제들은 병원으로 다 집합했고, 햇빛 잘드는 창가침대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께 엄마가 옆에서 물으셨다.

"엄마, 내말 들려? 들리면 눈깜빡해 보세요."

그때 할머니의 눈이 힘없이 깜빡였다.

"나 누군지 알아요?"

온 식구가 할머니의 행동에 집중했을때, 할머니 눈이 깜빡였다.

"야~야~ 엄마 눈깜빡이신다. 다 듣고계셔." 동생들을 향해 엄마는 할머니가 몸이 불편할지언정, 귀는 살아있다 얘기했다.

"엄마, 집으로 갈까? 집으로 가고 싶으면 두번 깜빡하세요."

할머니는 두번 눈을 깜빡이셨다. 어디에 그런 힘이 나셨을까 힘없이 잡고있던 할머니의 손이, 눈을 깜빡일때는 엄마의 손을 꽉쥐셨다.


할머니가 집으로 가고 싶어 하신다.


밖에서 죽으면 객사라고 숨이멎기 전에 집으로 옮겨야 객사가 아니라 여기셨던분... 그래서였을까

병원입원 1달째 말씀도 곧잘 하실때,

"집으로 가고 싶다. 죽어도 집에서 죽어야지." 창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스치듯하신 말씀이 다시 생각났다.

그런말도 못하고, 표현도 못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큰 딸이 집에가잔 말에 온힘을 다해 두번 눈을 깜빡이신 심정을...


누군 그랬다. 90살 넘어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다 효자에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이 다했으니 그 얼마나 복받으신 분이냐고...

복이란 뭘까?

살아온 세월의 보상이라도 되는냥. 자식이 효를 다해야 복이라고 할까?

"긴 병에 효자 없다."란 말이 있다.

할머니가 병원에 계신 5개월이란 시간에,

할머니의 생이 다함을 느낀 가족들중 누군가에게는 긴시간이라면 긴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짧은시간이라면 짧은 시간이다.

가족들은 장례절차를 서서히했고, 마지막 유언과같은 집으로 모시는 일도 의논이됐다.

하지만 준비기간에 할머니는 평소 말씀처럼 자는듯이 돌아가셨다.




"긴 병에 효자(孝子) 있다."





왜 부모는 자신의 몸이 아프면 자식 걱정을 먼저 하는걸까?

왜 미안해 하는걸까?

할머니도 그러셨다. '나 죽으면 니들 고생스러워서 어쩔까, 날구지면 어쩔까, 날이라도 좋아야 할텐데.'

할머니가 그러셨듯이, 이제 엄마가 가끔 그런말씀을 하신다.

'나 죽으면 니들 번잡하게 하지말고, 고생스러우니 간단하게 해라.'

'아프다 죽지 말아야지. 건강하게 있다, 자다 죽는게 복인거 같다.'

내몸 아픈게 걱정이 아니라 자식 걱정이 먼저다.




효녀 하면 떠오르는 가수가 있다. '현숙'

그분의 어머님이 먼저 중풍이 오고 아버지의 치매가 왔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은 결혼해 가정이 있어 불화가 될까 미혼인 자신이 모신다고 두 분을 모시게됐다는데,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그렇다고 다른 형제들은 손놓고 있었을까?

알면서도 미안하고, 고맙고 도움이되려 했을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효(孝)는 분명히 있다.

'긴 병에도 효자, 효녀는 있게 마련이다.'

지금의 그 효자는 당신이 될수있고, 효녀는 내가 될수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큰 아들이라고, 큰 딸이라고, 제일 사랑받았다고 독박이 되지 않게, 서로 미루지 말고 해야 긴 병에 효자, 효녀가 나올수있다.

처음부터 무너지며

"역시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정말 힘들다."라고 하지 말았으면...

부모님이 누워있지 귀는 들린다. 정신이 없는 것이지 눈은 보이게 마련이다.

부모님과 나와의 시간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견뎌내 주고, 내게 모든 걸 주신 부모님의 마지막을 복이라고 하지 못할지언정 초라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 부모를 섬기는 시간도 결코 길지 못하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의 자식 된 자는 모름지기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할까 두려워해야 하느니라.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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