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만 되면 시그널이 라디오에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볼륨을 높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지기 이문세씨의 목소리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고, 사연에 동감하고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했던 때가 있었다.
문제지를 펼쳐놓고 샤프로 끄적이다 잠깐 정신을 놓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광고나 DJ 목소리가 섞이지 않게 공테잎을 넣고서 녹음을 했던 때.
순간의 찰나에 디제이 목소리가 섞이면 '다시 다시'.
재치 있게 음악이 끝나고 2초의 정적을 주기도 하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렇게 공테잎 하나가 완성되면 학교에 "mymy"를 갖고 다니며 쉬는 시간마다 듣던 때...
어렵게 얻은 결과물은 더 소중하기 마련이다.
직장을 멀리 다닌 덕에 퇴근시간만 되면 녹초가 되는게 다반사였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집으로 가는 길...
피곤함에 고개를 떨구고 자다 일어나다 반복했던 퇴근길.
그날은 다른날 보다 더 늦은 시간의 퇴근이었다.
항상 만원을 이루던 버스는 빈자리가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한강 다리를 지날 무렵 아무 생각 없이 창밖에 보이는 한강을 바라볼때,
버스에서 음악이 흘렀다.
가끔 기사님이 버스에 라디오 주파를 맞추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적만이 흐르는 버스에 그렇게라도 라디오를 켜고 가면 디제이 음성과 함께 간간히 음악이 나올때가 있다.
그날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지금도 그 감정이 그대로 기억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Ronny Mcdowell- Dixie"
영화 "편지"의 ost다.
주인공 최진실과 박신양의 눈물의 주의보 영화.
개봉하고도 몇년뒤 집에서 방송 특집으로 방영했던 영화를 생각 없이 보다 휴지 한통을 다 쓰게 되는 영화였다.
둘의 사랑이 이쁘고, 둘의 이별이 슬펐던 영화.
여기에 ost는 영화를 더욱더 빛나게 했는데, 그래도 그 좋았던 노래들 중 "Dixie"
누구에게 생각나는 노래가 있고,
추억이 되는 음악이 있을 것이다.
노래가 추억이 되고,
그 기억을 노래가 상기시켜준다.
조용한 버스에 잔잔하게 울리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은 내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나 보다.
음악과 함께 한강의 전경을 바라보던 나는 왜 눈물이 나는지 몰랐다.
피곤한 장거리 출, 퇴근이 힘들었다.
그런와중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 해졌을때,
나를 위로하는 이 상황이 고맙게 느껴졌기에...
단 한곡의 노래지만, 그 위로는 대단했다.
고등학교 시절,
'별이 빛나는 밤에'는 우리 학생들의 위로처였다.
그 잠깐의 시간에 우린 여유를 부리며, 잠깐의 시간뒤 밤을 새워 공부했던 시절...
요즘은 차를 타고 가면 정해진 음악을 듣기보단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가며 차를 탄다.
시간 시간마다 정해진 주제, 음악이 다르고 디제이가 다르지만, 그렇게 듣다 보면 잊고 있던 음악이 나온다.
그와 함께 그 시간의 나를 찾는다.
나에게 위로가 되고,
나에게 기쁨을 주고,
나에게 추억을 주는,
라디오를 듣다가...
웃어도 되고,
울어도 되고,
추억에 젖어도 되는
그런 시간을 찾는 시간 여행자가 되길...
밤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늦은 시간 막차는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때 타는 차는 마음의 부피가 홀쭉할 때인거 같습니다. 그럴때, 깜깜한 밤에 보이는 거라곤 가로등밖에 없는 창밖을 보다 달빛에 그늘을 보이는 한강을 지날 때였습니다.
"편지"의 ost "Dixie"가 흘러나왔을 때, 선생님께 혼나 울음을 참고 있던 아이가 엄마를 만나 울음을 터트리듯 창밖을 보고 그렇게 뚝뚝 눈물이 흐를 때가 있었습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음악과 함께, 같이 해준 풍경의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녹이게 했던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