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으면 집안일만 하게 돼서 아기를 데리고 아이키움터에 온다는 어느 한 엄마의 말을 들었었다.
그때는 ‘엄마가 많이 깔끔하고 부지런해서 집안일을 많이 하나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기가 조금 크고 이유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때 그 엄마의 말처럼 집안일을 하고 이유식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는 것을 느낀다.
각종 집안일을 하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며 혼자 노는 아기를 바라보거나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면 옆에 있어 주며 장난감 몇 개 가지고 같이 놀아주는 정도다.
집안일에 힘을 빼어 아기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주고 놀아주는 데에 한계가 올 때가 있다. 혹은 그동안의 쌓인 피로의 누적으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거나 핸드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그래서 집안일을 후다닥 해 놓고, 아기 이유식을 얼른 먹이고 낮잠을 재운 뒤에 ‘아기에게 더 집중’을 하고자 아기와 함께 베이비카페에 간다.
이곳 베이비카페는 엄마들이 티타임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없어 아기들과 함께 노는 데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평일 늦은 오후 아기를 데리고 이곳에 왔는데 부부나 평상시 함께 연락하던 사이로 보이는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기를 보고 있었다. 아기들은 거의 대부분 이제 막 8개월에 접어든 다온이와 비슷해 보이는 6~8개월 아기들이 많았다. 엄마들이 모여 아기들의 이유식을 먹이고 있었다.
호호 불며 먹여도 뜨겁다고 울어대는 아기를 달래고,
흘린 이유식을 바쁘게 닦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기 키우면서 정신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우리 아가를 바라보니 침을 흘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다른 아기들은 몇 개월인지, 엄마들은 서로 어떤 관계인지도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아기에게 더 집중하고자 다온이와 자동차 놀이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면서 놀고 있는데, 어떤 엄마 한 분이 내 곁에 와 말을 건다.
아기와 단둘이 와서 엄마 혼자 있는 내가 왠지 외로워 보여서 말을 거는 듯 했다.
엄마들은 안다.
집에서 얼마나 엄마가 아기랑 외롭게 있을지.
직장일을 할 때에는 말하기 싫어도 입을 열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에서는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대상이 아기밖에 없으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기랑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것이 힘들고 때론 지루하고 공허한 일인지 말이다.
그 마음으로 나에게 와서 먼저 말을 걸며 함께 놀자고 손짓하는 엄마들의 얼굴이 환하게 반짝여 보였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통하는 마음.
엄마의 힘든 마음을 다 듣지 않아도 느끼는 그 마음. 엄마들은 다 한통속 같아서 반가웠고 감사했다.
이렇게 아기 엄마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지금 엄마가 어떤 상태고 마음일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눈빛과 말투만 봐도 점쟁이처럼 느낌이 온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더 도와주려고 하고 나누려고 하는 것 같다.
아기를 안고 가고 있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냐며 인사해 주시는 어느 한 아주머니, 아기가 참 이쁘다며 칭찬해 주시는 마트 직원 아주머니, 아기를 안고 병원에 갔는데 앉을 자리를 먼저 양보해 주시는 아주머니. 그밖에 소소하게 하나씩 챙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모두 아기를 키웠던 선배 어머니들이셨다.
지인의 집들이 모임에 갔을 때에는 아기를 돌보느라 밥을 잘 못 먹는 나를 보고 다른 엄마들이 돌아가며 내 딸 다온이를 안아주고, 한참 힘들 때라며 먹을 것을 내 앞으로 더 내어주셨다. 이렇게 엄마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로 통하는 마음.
서로 경험이 비슷하니 공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공감이라는 두 글자가 감동으로 돌아올 때 지쳤던 마음이 따뜻하게 풀리는 듯하다.
나는 앞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되돌려줄까.
우중충할 수 있는 육아일상에서 환한 햇살을 받은 기분을 어느 아가의 어머니에게도 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