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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맘 은지 Sep 11. 2024

어떤 아픔이 와도 널 지킬게

내 딸 다온이를 안고 아이의 머리에,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며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는 내 어깨에 기대어 내 살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었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 의지하며 나누는 ‘살냄새 선물’이다.

아이를 안으며 ‘나는 엄마’ 임을 다시금 인지하고, 앞으로 어떤 엄마가 되어 주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본다.


엄마가 된 후로 내 감정에 휩쓸려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 잠이 안 와 침만 꼴딱꼴닥 삼키다 새벽을 꼴딱 새고, 보란 듯이 집을 나갔다.

새벽에 갈 데가 없어 친한 언니 집으로 갔다.

택시를 타고 언니 집으로 가며 딸 다온이에게는 미안했지만 지금 내 마음을 정리하고 털어내야 할 것 같았다.

언니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새벽길을 달려 언니집까지 찾아갔는데 결국 남편의 출근이 걱정이 되어 30~40분 만에 이야기를 후다닥 정리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트는 아침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며 내 마음을 비추어 보았다.

‘엄마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건 아닐까..’

어떤 아픔이 와도 아이를 두고 나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남편에게 실망감을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부족한 아내고 엄마라는 생각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기 부끄러웠다.


요즘은 친정엄마에게 줄 선물로 엄마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엄마의 삶을 인터뷰하며 미처 몰랐던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과 감정을 그리며 웃고 우는 요즘이다.

IMF 아빠 사업이 어렵게 되면서 집 안에 빨간딱지가 붙어 엄마의 마음에는 화염 같은 불길이 치솟았지만 정신을 꺼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사방팔방 뛰어다녔던 울 엄마.

자식 셋이 집안에 앉아 또릿또릿 부모를 바라보고 있는데 밖에 나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남편.

정작 엄마는 나가지도 못하고 통장에 잔금을 보며 마음을 접는 나날들. 주변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으나 도움은커녕 어린 막내며느리에게 돌아오는 건 무시와 멸시.

하늘을 보고 땅을 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다던 엄마, 제주 앞바다에 가서 소리를 내어 질러도 들리지 않던 그때. 하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 남편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자식은 들쳐 메어, 살길을 찾아 헤맸던 엄마.

 

엄마의 삶에서 내 삶으로 이동하는 순간.

나는 철부지였다. 내 감정이 우선인 ‘아가씨, miss’였다.

난 엄만데, 이젠 한 남자의 아내인데.

내 행동이 미스였다.

엄마처럼 먹고 살길이 막막한 것도 아닌데.. 남편과의 갈등에 상처 받았다 생각하고 아이를 두고 집밖으로 나온 행동.

잠시 한숨 고르는 시간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돌아봤을 때 작아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습한 바람에 부끄러움이 더해져 열기 나는 여름이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에도 붉은 열매 맺는 가을이 오겠지.

산책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는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 이석훈의 <너였구나>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딸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너였구나 내가 꿈꿔 온 사랑

예쁘기도 하지

너의 모습 작은 숨결까지도

한없이 아름다운 나만의 꽃

지켜줄게 널 위해 살아갈게

널 만난 것만으로 그 어떤 행복도 비교 못해 감사해

날 닮은 널 보는 게 날 닮아 갈 너를 안으며

이렇게 약속할게 어떤 아픔이 와도 내가 널 지킬게

하루하루 간직할게 너를


귀에 꽂히는 구절.

‘이렇게 약속할게. 어떤 아픔이 와도 내가 널 지킬게.’

우리 엄마처럼 삶의 순간순간 어떤 아픔이 와도 다온이 너는 내가 지킬 거야.


미안해 다온아. 그리고 사랑해 다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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